[개st 상식] 고양이 꼬리는 의사소통 수단… 만지면 싫어해요

입력 2021-09-11 04:08

고양이 꼬리의 모양은 제각각입니다. 짧은 꼬리의 길고양이를 마주친 사람들은 큰 상처를 입거나 학대를 당했다고 추측하지만 짧은 꼬리도 자연스러운 게 맞습니다.

중국 칭화대 생명과학연구소는 2016년 세계 233마리 고양이의 유전자 배열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가 꼬리 모양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 내용을 소개합니다.

고양이의 꼬리는 척추뼈가 길게 이어진 섬세한 기관입니다. 꼬리 길이에 따라 뼈 개수는 3~28개로 다양하지요. 통증과 온도변화에 민감하므로 만지거나 밟으면 고양이가 몹시 싫어합니다. 꼬리는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길고양이들은 꼬리의 경직도, 털의 곤두선 모습으로 서로의 기분을 짐작하지요. 꼬리는 격렬한 운동을 할 때 균형을 잡고 추울 때 몸을 감싸 체온을 보호하는 기능도 합니다. 꼬리가 짧다고 생존에 불리한 건 아닙니다. 상대의 표정, 몸짓을 읽어 꼬리 언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꼬리가 짧은 고양이 종을 밥테일(Bobtail)이라 부릅니다. 대부분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 서식하지요. 칭화대 연구진은 아시아의 야생고양이 126마리, 세계 각지의 품종묘 107마리를 골라 꼬리 길이와 유전자 배열을 검사했습니다. 꼬리 길이는 10㎝ 미만에서 25㎝까지 다양했는데, 중국 일본의 밥테일에선 동일한 HES7, T-box 변이 유전자가 발견됐지요.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꼬리 길이를 좌우한다고 소개합니다.

밥테일 유전자는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발견됩니다. 이곳 고양이의 평균 꼬리 길이는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절반에 불과하지요. 연구진은 밥테일종이 1만년 전 한반도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발생했다고 추론합니다. 밥테일의 꼬리 길이는 3인치(약 7.6㎝)를 넘지 않으며 구부러진 모양은 사람의 지문만큼 다양합니다.

영국 미국에도 단미종이 있습니다. 1800년쯤 맨(Man)섬을 탐험하던 영국 선원들이 꼬리가 없는 고양이들을 발견했습니다. 본토로 데려와 맹크스(Manx) 고양이라 불렀는데, 1900년대 영국 미묘 선발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맹크스의 유전자는 영국 토착종과 다릅니다. 고양이의 시조 격인 아프리카종의 직계 후손이지요. 수만년 전 빙하가 녹아 맨섬이 생기고 고립된 고양이끼리 짝을 짓다가 꼬리 짧은 맹크스종이 생겼다는 게 학계 분석입니다. 맹크스종은 꼬리 길이의 편차가 큽니다. 흔적도 없을 만큼 꼬리가 짧은 경우도 흔하지요.

미국의 밥테일은 1960년대 일본 밥테일을 데려온 개량종입니다. 꼬리가 4~7㎝로 짧고 곧습니다. 중국 밥테일과 달리 꼬리 모양새가 뒤틀리거나 구부러져 있지 않아요. 성품이 온순해 장거리 트럭 운전사들의 조수석 동료로 인기가 많습니다.

고양이의 짧은 꼬리는 대부분 유전된 것이지만 사고나 부상, 성장기의 영양실조 등 후천적인 경우도 일부 있습니다. 고양이 꼬리는 부상에 취약합니다. 영역 다툼 중에 물렸거나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였을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의 꼬리에서 털이 빠지거나 염증으로 붉게 물들었다면 이는 다쳤거나 피부병을 앓는 겁니다. 유전된 꼬리는 깔끔한 털이 수북이 덮고 있어 구별하기 쉽지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