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에 대한 민간자문기구인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심의 안건을 위원회에 상정해온 군 검찰단이 부실수사의 핵심으로 꼽혀온 전 실장의 혐의 입증에 실패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군은 창군 이래 처음으로 특임 군검사제도를 운용하는 등 발본색원 의지를 밝혀왔지만 이마저도 무색해졌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검찰 수사심의위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마지막 회의를 열고 전 실장과 공군 법무실 고등검찰부장(중령) 등 2명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 지난 3월 공군 이모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후 초동수사를 담당해온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사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국방부 검찰단이 대체로 수사심의위 권고 의견을 따르고 있어 이들은 처벌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 13명 가운데 수사 관련자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수사심의위는 이들을 법정에 세우는 대신 군 내부 징계를 권고했다. 국방부 훈령에 따라 법령 준수 의무, 성실 의무 등 위반에 따른 징계는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정직) 처분을 받을 경우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에 회부돼 강제전역에 처할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 실장은 공군 검찰의 최고책임자로 이번 사건 수사 지휘·감독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를 받아왔다. 공군 검찰의 초동수사 부실, 국선변호를 맡은 공군 법무관의 부실 조력 등 책임이 전 실장에게도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전 실장 측은 이번 수사심의위에 출석해 형사 책임을 묻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사심의위원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징계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며 “수사 책임과 권한을 엉망으로 분배한 정책실패 사례”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건 부실수사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지난 6월 합동조사단을 꾸려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7월엔 전 실장 수사 전담을 위해 최초의 특임 군검사를 임명해 투입했다. 그럼에도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 실장에 대한 기소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유족들도 반발했다.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누구나 납득하는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은 결국 아무도 안 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중사의 모친은 이날 가해자 장모 중사에 대한 2차 공판에 출석해 흐느끼다 실신해 실려 나갔다. 군 당국은 이르면 다음 주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