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채 1000조원 시대가 내년 개막한다. 다만 이는 중앙·지방 정부 부채만을 고려했을 때의 시나리오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처럼 정부 부채에 공공기업 부채를 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진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이미 1000조원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 텅 빈 곳간을 미래세대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 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정부가 국가재정법에 따라 공표 중인 정부 부채의 경우 최소한 올해까지는 1000조원에 못 미친다. ‘국가채무(D1)’로 불리는 정부 기준에 따르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965조3000억원의 정부 부채가 쌓였다. 이 빚은 600조원이 넘는 내년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내년 정부 부채가 1068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기준은 국제사회의 눈높이와는 괴리가 있다. 국제사회는 국가채무에 중앙·지방 정부 산하 비영리 공공기관이 지고 있는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부채(D2)’를 정부 부채로 평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국가 간 비교를 할 때 쓰이는 잣대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2019년 기준 중앙정부 산하 222개, 지방자치단체 산하 95개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가 추가돼야 기준에 부합한다.
일반정부부채를 기준점으로 삼을 경우 한국 정부 부채는 올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공표한 가장 최근 지표인 2019년 기준 일반정부부채는 810조7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국가채무(723조2000억원)보다 87조5000억원 더 많다. 올해 국가채무 965조3000억원에다가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가 2년 전보다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1000조원을 훌쩍 넘길 수밖에 없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7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부채 통계가 공표된 18개 회원국 모두 일반정부부채가 급증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이는 재정건전성의 척도로 꼽히는 국가채무비율(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135.0%) 대비 25.3% 포인트 늘어난 160.3%까지 급증했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던 덴마크 역시 지난해 성적표는 2019년(47.8%)보다 11.2% 포인트 늘어난 59.0%에 달했다.
향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출구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윤영진 계명대 교수는 “부채 규모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GDP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쓰여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