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 “자산시장 위태위태… ‘에브리싱 버블’ 터질 수도” 경고

입력 2021-09-08 04:03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이 자산시장 거품 붕괴와 신흥국 부채 급증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신흥국의 부채 증가 양상이 1990년대 외환위기 상황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에브리싱 버블’(모든 것이 거품)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산시장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화상을 통해 자산 버블 및 부채의 심각성을 역설한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그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개최한 ‘2021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는 대대적인 통화재정 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으로 인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면서도 “위험자산 가격 버블이 형성되면서 주식, 채권, 원자재 및 다양한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이른바 ‘에브리씽 버블’이 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켈 교수는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해서도 가격 상승의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이렇게 상승하는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에 6만개에서 11만개의 암호화폐가 존재한다는데 이것만 봐도 버블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이 빚을 늘려 재정을 동원하는 상황에서 버블붕괴 등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랑켈 교수는 신흥국이 재정 부양책을 펼친 데 대해 “위기 상황에서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문제는 부채의 누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나 선진국은 (부채 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신흥시장은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율이 올라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아직 금리가 낮으니 대응 여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금리가 올라가면 신흥시장의 금융 안정성이 금방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한국금융연구원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자산시장 영향’ 토론회에서도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신흥국 부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신용상 금융연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신흥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는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흥국은 기업 부채 급증이 총 부채의 증가를 주도하는 등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상황과 비슷해 위태로워 보인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 신흥국의 긴축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부채 상황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현재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총량과 증가 속도 모두 문제가 있다”며 “단기 부채 비중과 금융 자산 대비 부채가 많다는 걸 고려하면 채무 상환 능력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상승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 등이 종결되면 자영업자와 다중 채무자 등 취약 차주 중심으로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자산 가격 상승폭은 크게 제한되고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신재희 기자, 조민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