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병이어의 후원, 국내로 해외로… 풍성히 오가는 통로 역할”

입력 2021-09-09 03:07
조정진 웨사본 상임이사(목사)가 7일 지난해 5월 화재 후 복구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웨슬리하우스 문수채플에서 웨사본 사역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신석현 인턴기자

최근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웨사본·대표회장 홍성국 목사)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허동훈 선교사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허 선교사는 “오늘도 150장의 마스크를 빵과 함께 현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오병이어 기적의 광주리’ 섬김을 하고 왔다”며 “여전히 어려운 생활환경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 아이들임에도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저희를 환영한다. 좀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 않는 이곳에 하나님의 긍휼하심만이 우리들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란 어려운 환경 속에도 오병이어 기적의 광주리 사역을 통해서 주님의 사랑이 전달되는 것 같다”며 현지에서 받은 감동을 전했다.

7일 웨사본의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감리교웨슬리하우스(웨슬리선교관·관장 이상윤 목사)에서 만난 조정진 웨사본 상임이사(목사)가 전한 소식이다.

조 목사는 “오병이어 기적의 광주리 사역에 보내주신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후원은 이렇게 해외 선교지와 다음세대 복음화를 위해 흘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웨사본은 올해 초부터 ‘오병이어 기적의 도시락’ 사역을 펼쳤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학업에만 열중하기 어려워진 감리교신학대, 협성대, 목원대 신학생들에게 도시락 등을 전하며 한 끼 식사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사역이다. 풍족하진 않지만, 얼마 전부터 후원금 일부를 허 선교사처럼 해외의 필요한 선교지에도 흘려보내고 있다.

조 목사는 “국내에서 눈덩이를 불려서 해외 선교지에 전달하고, 선교지에선 그 눈덩이를 나눠주고, 동시에 또 다른 눈덩이가 불리면 또 전달하고 한다”면서 “마치 중국식 원형 식탁처럼 서로 덜어 먹고 돌려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앞에 놓인 음식 그릇을 다른 이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내 앞에 있는 것만 먹고 마는 것에 그친다”면서 “후원받은 헌금을 모아두기만 해 썩히기보다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는 일을 하려 한다”고 했다.

허 선교사뿐만 아니라 인도 장병욱 선교사, 캄보디아 김제환 선교사 등도 이 사역에 동참했다. 장 선교사는 지난 7월 조 목사에게 보낸 문자에서 “웨사본의 후원을 받아 한 가정당 2주 치 식량을 지원했다”면서 “실의에 빠진 인도인들에게 귀한 만나를 전해 그들이 좌절하지 말고, 용기와 희망을 얻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인도 땅에 ‘오병이어 코이노니아의 기적’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선교사 모두 지난해 코로나19 등으로 국내에 일시 귀국했을 때 웨사본이 운영 중인 웨슬리선교관에 묵으며 거처 지원을 받았다. 안식을 얻고 다시 선교지로 복귀한 뒤 웨사본이 추진 중인 사역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동역에 나선 것이다.

조 목사는 “국내에서 시작된 오병이어 도시락 사역이 해외 선교지로 확장되고, 역으로 선교지에서도 오병이어 후원금을 모으는 사역을 펼치는 등 사역이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원금은 웨사본이 추진 중인 국내 곳곳의 사역에도 흘러 들어간다. 지난 4월 화재 피해를 본 강화도 동막교회(김동수 목사)엔 후원금과 함께 위로를 전했고, 무의탁 노인들에게 식사를 지원하는 인천 옥토교회(손지민 목사)에도 후원금을 지원했다.

조 목사는 “후원금을 흘려보내며 함께 도우니 서로의 사역이 한층 건강해지고, 사역을 통해 각 교회와의 관계도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등으로 해외에서 일시 귀국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선교사와 그들 가족에게 교파를 초월해 임시 거처를 지원해 온 웨슬리선교관 사역도 점점 확장 중이다. 웨사본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모두 63개국 236명의 선교사가 2263일간 선교관을 이용했다. 점점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웨사본은 최근 기존 신림동 웨슬리선교관 바로 옆 3층짜리 건물을 빌려 선교관을 추가로 확장했다. 내부 공사 등을 마치고 이달부터 8개 방에 최대 20명이 더 묵을 수 있게 됐다.

선교사 부모를 따라 해외에 거주하다 국내에서 학업을 이어가고자 입국한 선교사 자녀(MK)들을 위한 학사관도 확장을 앞두고 있다. 선교관 인근에 추가 매입한 신축 오피스텔이 정비가 마무리되면 최대 20명의 남녀 MK들이 머물 곳이 생긴다. 웨사본은 지난 겨울방학 기간, 기존 웨슬리학사관에 머물렀던 MK 10명에게 매월 소정의 생활비도 지원했다. 해외 선교지에서 사역 중인 부모를 떠나 국내에서 홀로 학업을 이어가는 MK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신학생을 위한 오병이어 기적의 도시락 사역도 2학기를 맞아 7일부터 재개됐다. 웨사본은 이날 아현감리교회(김형래 목사)로부터 100만원(2 광주리 분)의 후원금을 전달받았다.

조 목사는 “이 모든 것은 한국교회의 다음세대에게 한국교회의 관심과 격려를 전하고, 그들을 육성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선교사와 다음세대를 품는 사역을 펼치며 느끼는 한계와 아쉬움은 없을까. 조 목사는 마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한국교회가 아직은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봐서 그런지 서로 연대하지 않으려는 게 아쉽다”며 “웨사본이 펼치는 사역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서로의 사역을 연계하고 연합해 사역을 확장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때론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존 교회들은 코로나19 시대 성도들이 교회 예배에 나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회 밖을 벗어나면 할 수 있는 사역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교인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예수 사랑을 전하고 그 말씀을 실천하는 일에 함께 나서 사람들 인식에 예수그리스도가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서로 협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