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대중문화 및 게임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다 못해 탈레반적 발상처럼 비친다. 과연 이 나라가 주요 2개국(G2)으로서 국제질서를 주도할 만한 자질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는 최근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0여개에 대해 30~60일간 사용 정지 조치를 취했다.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룹 방탄소년단, NCT, 엑소, 레드벨벳, 블랙핑크 등의 팬클럽 계정 등이 대상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공산당이 지난달 27일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후 취해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30일에는 18세 미만 청소년이 주말과 휴일에 하루 1시간씩만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규제했다.
잇따른 조치들은 중국공산당이 장기집권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의 통제를 정치 영역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영역으로도 확대하려는 일환일 것이다. 앞서 중국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서도 길들이기에 나섰었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하나가 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 혼자 구석기적 규제를 내세우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규제들로 사회를 통제하면서 어떻게 자유무역과 국제 분업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공산당 권위에 도전할 만한 세력을 싹부터 자르겠다는 취지일 텐데, 역설적으로 말하면 K팝 팬들이 두려울 정도로 당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뜻 아니겠는가.
중국 연예인 팬클럽과 게임업계도 예외가 아니라지만 이번 조치로 특히 K팝 산업과 한국 게임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문화적 규제이지만 한국 업체들에는 수출 규제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중국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관련 업계가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마당에 이번 조치로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마침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14일 방한한다니 엄중히 항의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 방한과 무관하게 한한령도 당장 걷어치울 것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사설] 시대착오적인 중국의 K팝 팬클럽 규제
입력 2021-09-08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