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부실수사 관련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6일 마라톤 회의 끝에 수사·감독·지휘라인에 있는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준장), 공군 법무실 소속 고등검찰부장(중령)에 대해 불기소 의결했다. 지난 3월 성추행 사건 발생 직후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사에 대해서도 불기소를 권고했다.
태산명동서일필이다.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온 사건치고는 수사심의위 판단이 너무 안이한 듯하다. 물론 없는 죄를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초동 단계에서부터 드러난 수사 관련자의 부실 및 축소·은폐 정황이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말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수사가 제때, 제대로만 이뤄졌어도 공군 여중사의 허망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공군 참모총장만 억울하게 됐다.
수사심의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근본 이유는 군검찰이 이들의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데 있다. 한 점 의혹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국방부가 창군 이래 처음으로 특임군검사까지 도입해 법석을 떨었으나 결과적으로 빈 수레가 요란한 꼴이 됐다. 현재까지 이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13명이다. 특이한 점은 이 가운데 수사 관련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대로라면 여중사가 생전에 남긴 부실수사에 대한 원망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말이 된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군검찰이 제 식구 감싸려는 게 아니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수사심의위는 이번 결정을 끝으로 활동을 마감했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던 만큼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믿는다. 수사심의위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위촉됐는지 정확히 공개된 바 없다. 일부에서 수사심의위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공소 여부는 군검찰의 고유권한이다. 그럼에도 군이 수사심의위 의사대로 수사 관련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군 내부 징계로 사건을 매듭짓는다면 여중사를 두 번 죽이는 셈이다. 징계와는 별도로 법정에서 이들의 유무죄를 따지는 것이 여중사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민 상식에도 부합한다.
[사설] 군검찰 수사심의위 ‘면죄부’ 결정 납득하기 어렵다
입력 2021-09-0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