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한옥의 아름다운 날, 안동 가일서가
안동 권씨 집성촌 가일마을에 한옥 책방 ‘가일서가’가 자리한다. 좁은 마을길을 따라 들어가면 안동시 문화유산 노동서사와 노동재사가 나타난다. 노동서사는 1770년에 조선 후기 학자 권구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이고, 노동재사는 유생들이 숙소로 쓰던 건물이다. 팍팍한 도시 생활의 굴레를 벗어나 안동에 내려온 부부가 문중의 허락을 받고 노동재사를 직접 보수해, 2019년 작은 책방을 열었다. 책은 모두 책방지기 부부가 마음을 담아 고른다. 방문객은 책을 사서 대청마루에 앉아 편안하게 읽고 갈 수 있다. 가일서가는 지역의 뜻 맞는 사람들과 전시회, 토크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고, 지역 아이들과 함께하는 글쓰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방문객을 위한 나만의 책 만들기, 에코백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나만의 취향, 기장군 이터널저니
올가을에는 부산 기장군에 있는 ‘이터널저니’(Eternal Journey)로 특별한 책 여행을 떠나보자. 휴양 단지 아난티코브에 위치한 이터널저니는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서점을 넘어, 책으로 누리는 즐거움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다. 무엇보다 책등이 아니라 표지가 보이게 진열한 방식이 눈길을 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도서의 비중이 작고, 자기 계발서와 전문 도서가 없는 대신 환경 바다 인물 등 다양한 주제로 서가를 구성한 점이 독특하다. 갖가지 주제로 채운 서가를 따라가다 보면 잊고 있었거나 자신도 모르던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출출하면 서점 안에 마련된 카페를 이용한다. 이터널저니에 가면 책과 소소한 전시를 즐기고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쉼을 누릴 수 있다.
‘오지 계곡 속 책방’, 정선 덕산기계곡 숲속책방
강원도 정선 오지 계곡에 책방이 있다. ‘숲속책방’은 덕산기계곡 상류, 비포장길 깊숙이 들어가야 닿는 곳이다. 소설가 강기희씨와 동화작가 유진아씨 부부가 2017년에 책방을 열었다. 이곳 출신인 강씨는 선대부터 살아온 계곡 옆 디딜방앗간 자리에 책방을 꾸렸다. 입구에는 ‘나와 나타샤와 책 읽는 고양이’라는 간판이 있다. 부부가 소장한 책과 신간, 직접 쓴 저서가 서가를 채운다. 소설부터 인문학, 동화, 만화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마당에는 꽃이 피고 고추가 익어가고 조각상과 정자가 있다. 곳곳에 탁자와 의자도 놓았다. 방문객은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원하는 곳에 앉거나 누워 책을 읽는다. 책을 구입하면 차 한 잔이 무료다. 책방에서 계곡 트레킹에 나설 수도 있다. 덕산기계곡은 가물 때는 바닥을 드러내다가 큰비가 오면 금세 물이 불어난다. 계곡은 화암면 북동리까지 이어진다.
천리포수목원의 태안 민병갈식물도서관
초록을 내뿜는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지난 6월 충남 태안에 식물의 역사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민병갈식물도서관이 개관했다. 우리말 최초 식물도감인 ‘한국식물도감’과 외국 식물명을 한국 식물명으로 처음 정리한 ‘조선식물향명집’ 등 진귀한 자료, 민병갈 설립자의 식물관리일지 등이 있어 특별한 책 여행이 가능하다.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 1층에 마련된 도서관에는 열람서고와 보존서고에 1만 7000여권이 있다. 열람 서고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보존 서고는 사전 허가를 받고 직원과 동반 출입해야 한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없다(주말·공휴일 휴관). 도서관이 있는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최다 식물 종을 보유한 수목원으로, ‘서해의 숨은 보석’으로 불린다. 국제수목학회가 2000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했다.
풍성한 책 풍경, 완주 삼례책마을
전북 완주 삼례책마을은 2013년 6월 문을 열었다. 낡은 양곡창고를 개조해 북하우스 북갤러리 책박물관 등으로 꾸몄다. 고서점 헌책방 카페로 구성된 북하우스가 중심 공간으로, 10만권이 넘는 고서와 헌책이 있다. 절판된 소설이나 수필집은 기본이고 1960년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1950년대 어린이 잡지 ‘새벗’에서 발행한 엽서 같은 희귀 자료도 보인다. 책박물관에선 콥트어가 적힌 파피루스 조각과 물소 뼈에 새긴 바탁족의 문자 같은 진귀한 유물을 만나는 ‘문자의 바다―파피루스부터 타자기까지…’ 전시도 놓치기 아깝다. 지난봄에 문을 연 그림책미술관은 삼례책마을의 새 식구다. 작가의 친필 원고와 원화를 전시하고, 작품 속 등장인물을 조형 작품으로 형상화해 책을 읽듯이 돌아볼 수 있게 꾸몄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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