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당경 족구천부’(一夫當逕 足懼千夫). 한 사람이 결사적인 각오로 길목을 잘 지키면 1000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1597년 9월 15일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부하 장수들에게 한 말이다.
명량(鳴梁)은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 유리병의 목처럼 갑자기 좁아진 해로다. 바닷물이 간조와 만조의 때를 맞춰 좁은 곳을 일시에 지나가므로 조류가 거세기로 이름이 높다. 물이 회오리처럼 휘돌면서 바위에 부딪혀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 울돌목이라 한다.
명량해전 직전 이순신은 백의종군했다.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한 뒤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했다. 선조는 차라리 육지에서 싸우라고 명했지만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장계를 올렸다. 이순신 장군은 배 한 척을 더해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 함대를 물리쳤다.
진도 땅에는 큰 칼을 든 높이 30m의 ‘지휘하는 이순신 상(像)’이, 해남 땅에는 높이 2m의 ‘고뇌하는 이순신 상’이 그 바다를 보고 있다.
울돌목의 회오리 바다를 하늘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명소가 탄생했다. 지난 3일 명량해상케이블카와 울돌목 스카이워크가 개통했다. 울돌목 해협을 가로지르는 총 길이 960m 해상케이블카는 해남 우수영 관광지와 진도타워를 오간다. 빨강·노랑·검정 등 세 색깔의 10인승 캐빈 26대가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특히 13대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으로, 30m 높이 하늘에서 울돌목 회오리 물살을 발아래로 내려다보며 짜릿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울돌목 스카이워크는 총 길이 110m로, 울돌목의 거센 물살 위를 직접 걸어볼 수 있게 조성됐다. 바다 쪽으로 직선거리 32m까지 돌출되고, 바닥을 3㎝ 두께의 투명 강화유리와 격자 발판으로 만들어 스릴감을 극대화했다. 3m 높이의 유리 바닥 아래로 울돌목의 물살 소리를 생생히 접할 수 있다.
문내면 동외리에 보물 503호인 명량대첩비가 있다. 높이 2.67m, 무게 5t인 이 비는 조선시대 일반적인 석비 형식을 따라 정사각형 지대석에 직사각형 비좌석을 겹치고 위에 신석(身石)을 꽂고 구름 무늬와 용 무늬를 새긴 직사각형 옥개석을 얹은 짜임이다. 신석 머리에 ‘통제사충무이공명량대첩비’(統制使忠武李公鳴梁大捷碑)의 12자는 김만중이 썼고, 문장은 이민서, 글씨는 이정명이 해서체로 썼다. 1597년 9월 이순신 장군이 우수영 건너편에 있는 진도 벽파정 아래에 진을 치고, 우수영과 진도 사이 해협을 흐르는 급류를 이용해 왜군을 격파한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대첩비 옆은 이순신을 기린 사당 충무사다.
진도군 고군면 벽파진은 진도대교 건설 전 진도의 관문 구실을 했던 나루터다.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에서 왜적과 싸우기 전 16일간 머물며 전열을 가다듬고 작전을 숙고했던 곳이다. 벽파는 ‘파도가 푸르다’는 뜻으로 거친 파도를 가리킨다.
이곳 너럭바위 언덕에 이충무공전첩비가 우뚝 서 있다. 커다란 돌거북 등 위에 얹힌 높이 3.8m의 거대 비석이 바로 앞 벽파정 너머 감부도를 바라보고 있다. 이은상이 글을 짓고 진도 출신인 소전 손재형이 글을 쓰고 진도군민들이 1956년 세웠다. 몸돌을 받치고 있는 귀부(거북 모양의 받침돌)는 바닥돌을 깎아 내어 만들었는데, 규모가 엄청나다. 벽파정은 1207년(고려 희종 3)에 처음 지어졌고 1465년(조선 세조 11)에 중건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없어졌다가 2016년 9월 26일 복원됐다.
1270년 6월 2일 고려 삼별초도 1000여척의 배를 타고 강화도를 떠나 8월 19일 벽파진에 닿는다. 최씨 무인정권의 특수 사병 부대로 출발했지만 몽골군에 대항하는 임무도 지니고 있던 삼별초는 몽골에 항복하려는 정부에 반대해 집단 항거를 일으킨 상태였다.
벽파진에서 산등성이를 하나 넘으면 삼별초의 근거지였던 용장산성 행궁터다. 강화도에서 이곳으로 물러난 삼별초는 왕족인 왕온을 새 왕으로 추대한 뒤 고려의 자주성을 지키려 했다. 개경 정부는 여몽연합군을 꾸려 삼별초의 진도 정부를 공격했다. 삼별초는 터를 잡은 지 10개월 만에 30㎞가량 떨어진 임회면 남동리 남도석성으로 퇴각했다.
여행메모
우수영 관광지 입장→스카이워크 이용
보수공사 중 운림산방 무료 관람
우수영 관광지 입장→스카이워크 이용
보수공사 중 운림산방 무료 관람
명량해상케이블카는 해남 승차장에서 출발해 진도타워 승차장에 정차한 뒤 다시 해남으로 순환 운행한다. 왕복 탑승요금은 대·소인을 구분해 일반 캐빈 1만1000원~1만3000원, 크리스털 캐빈 1만5000원~1만7000원이다. 탑승 시간은 6분 안팎이다.
울돌목 스카이워크는 우수영 관광지 입장 요금(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을 내면 별도 입장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우수영 관광지에는 해전사 기념전시관이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임시휴관 중이다. 해남에는 우수영 관광지 외에도 우항리 공룡 화석지, 한글로 가사 문학을 꽃피운 고산 윤선도 유적지, 두륜산 도립공원, 땅끝 관광지 등이 있다.
해남에서 진도대교를 건너면 녹진관광지가 있다. 진도대교 아래까지 이어지는 해안 나무데크를 걸으며 울돌목의 빠른 유속을 체감할 수 있다. 이곳에도 투명유리로 된 전망대가 있다.
위쪽에 진도타워가 우뚝하다. 진도타워에서는 강강술래 터로 이어진 길이 나 있다. 진도 운림산방은 10월 말까지 보수공사 중이다. 이 기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해남·진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And 여행]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