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요구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강도 거리두기로 복귀하지 않으면서 확진자를 감당 가능한 규모로 통제할 유일한 수단이 백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접종률 70%를 넘긴 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등의 대응과 비슷한 방향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6일 0시 기준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이 58.4%라고 밝혔다. 접종 완료율은 34.6%까지 높아졌다. 추석 전 1차 접종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까진 600만명가량 남았다. 김기남 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일별 편차는 있지만 앞으로 2주간 하루 평균 50만명 이상 1차 접종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 예약된 인원으로도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 18~49세 사전예약 대상자의 예약률은 72.3%로 나타났다.
문제는 목표를 달성한 이후다. 1차 접종률 72.3%, 접종 완료율 64.9%를 기록한 영국에선 여전히 하루 100명꼴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확진자도 매일 3만명 넘게 발생한다. 미국도 접종 완료율을 53.6%까지 끌어올렸지만 하루 평균 1500여명의 사망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접종률 극대화를 택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이달 말부터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 백신 여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기업을 중심으로 접종 의무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직접 전 국민 의무 접종 가능성을 거론했으며 프랑스에선 식당, 술집, 장거리 버스·기차 등을 이용할 때 ‘보건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방향은 국내에서도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접종 완료자의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난 3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방안이 그 단초다. 각종 박람회·전시회나 지자체 차원의 문화·복지 프로그램 상당수도 접종 완료자를 중심으로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1차 접종률 70%를 달성하는 추석 연휴 이후에 이런 흐름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점진적 방역 완화를 언급하며 일상 복귀에 시동을 건 이상 다시 고강도 거리두기로 돌아가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수용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도 80% 정도를 (자진 접종하는) 최대치로 예상한다”며 “거리두기 강도를 낮추기 위해선 접종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는 확진자·위중증 환자 수가 관리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 또 접종 의무화를 강제할 경우 국민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선 반대 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의료 체계 붕괴 없이 경제까지 잡을 묘수가 백신 외에는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김 교수는 “접종률이 70%를 넘었는데도 유행 추이에 따라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한다고 하면 그 또한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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