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때마다 교체설… 홍남기 ‘홍백기’에도 1000일 넘겼다

입력 2021-09-07 04:03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취임 1000일을 맞이했다. 경제수장의 재직기간이 1000일을 넘은 것은 43년 만이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취임 1000일을 맞이했다. 경제수장의 재직기간이 1000일을 넘은 것은 43년 만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맡으며 장수에 성공한 홍 부총리는 그러나 부동산대책 전패, 최초의 나랏빚 1000조원 돌파 등 각종 흑역사도 도맡았다. 그의 재임 1000일을 숫자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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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재임 1000일은 1978년 12월 퇴임한 김용환 25대 재무부 장관(4년3개월 재임)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의 기재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처음이고 과거 재무부와 경제기획원까지 합쳐도 역대 네 번째로 재임기간이 길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부터 개각설이 나올 때마다 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오뚝이처럼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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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2020년도 정부 예산안을 시작으로 임기 동안 3번의 본예산, 7번의 추경(추가경정예산) 등 10차례 예산을 편성했다.

적극적인 확장재정 정책으로 지난해 경제 역성장 폭(-0.9%)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빠르게 악화한 재정건전성 지표는 뼈 아픈 대목이다. 홍 부총리 재임기간 연간 총지출 규모는 604조4000억원,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2022년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 돌파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의 보유자가 됐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지출·채무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홍 부총리가 숙원했던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은 요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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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코로나19 경제위기의 파수꾼보다는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 그만큼 현 정부 부동산시장의 왜곡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의 재임 동안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았고 전세난도 심화됐다. 문재인정부에서 발표된 26번의 부동산정책 중 절반가량은 홍 부총리 임기 때 나왔다. 시장에서는 홍 부총리가 주도한 부동산정책이 사실상 전패, 즉 0승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슈퍼 여당과의 힘겨루기에서도 매번 무릎을 꿇어야 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반대, 1차 전국민재난지원금 반대,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 등 번번이 여당에 밀리는 보습을 보여 ‘홍백기’ ‘홍두사미’ 등 굴욕적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 2월 4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과 5차 재난지원금의 ‘소득 하위 80%’ 기준이 관철되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서만 가까스로 뜻을 관철했다. 당정협의 10전 1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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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공식 회의만 208회에 달한다. 경제관계장관회의가 100회,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 29회, 대외경제장관회의 22회였다. 비공개로 이뤄지는 경제장관회의인 녹실회의까지 더하면 총 288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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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강원도지사 출마설’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공직선거법은 공직자의 사퇴 기한을 선거 90일 전으로 규정한다. 내년 6월 1일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3월 1일까지는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놓아줘야 하는 셈이다. 만일 순장조로 남게 되면 홍 부총리는 지금처럼 묵묵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새로운 신기록을 세워나갈 전망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