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니면 내가 죽는다’… 대선전 본격화, 불뿜는 후보들

입력 2021-09-07 00:04

대선전이 본격화되면서 캠프 간 화력 대결이 불을 뿜고 있다. 여야 모두 경선을 치르는 상황이라 캠프 간 싸움은 내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 각 당에서 수위 후보를 표적으로 삼는 것도 특징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와 이낙연 전 대표 캠프가 격한 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의 경선 초기 구도가 ‘양강 구도’였음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었던 집안싸움이었다. 민주당 1·2위 주자의 혈투에서 일단 이 지사 측이 승기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충청 당심 대결’에서 패배한 이 전 대표 측은 전열과 전략을 다시 가다듬으며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타깃이다. 특히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윤 전 총장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역선택 방지’를 놓고 벌였던 경선룰 논란은 절충점을 찾았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메가톤급 의혹이 터져 나왔다. 홍·유 후보는 여당 후보들만큼이나 매섭게 윤 전 총장을 몰아세우고 있다.


민주당 1·2위 주자 간 캠프 대결은 이른바 이 지사의 ‘백제발언’을 시발점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백제(호남)가 한반도 통합의 주체가 돼 본 적이 없다”는 이 지사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이 전 대표가 직접 문제 삼았다. 이낙연캠프의 신경민 상임부위원장과 배재정 대변인 등이 곧장 ‘지역차별적 발언’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당시 맹렬하게 이 지사를 추격하던 이 전 대표 측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음주운전 전력’ ‘형수 욕설’ 등 과거 사생활과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같은 정책까지 전장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캠프 주포인 설훈 윤영찬 오영훈 의원 등이 주로 선봉에 섰다.

초반 방어에 주력하던 이재명캠프는 상대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태세를 전환했다.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했던 이 전 대표 과거를 끄집어냈다. 이낙연캠프 관계자는 6일 “당시 그 복잡한 맥락을 세세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친노·친문 지지층이 많은 우리 캠프 입장에서는 아픈 공격이었다”고 했다.

그 사이 15명에 달하는 대규모 대변인단을 꾸린 이재명캠프는 사안을 분야별로 나눠 대응했다. 정책 분야는 홍정민 최지은 대변인, 청년부문은 권지웅 전용기 대변인, 네거티브 대응 및 반격은 현근택 남영희 대변인이 맡는 식이다. 조정식 정성호 우원식 의원 등 중진의원 그룹과 김영진 상황실장, 박주민 총괄본부장 등이 중요한 시점에 해결사로 나섰다.

두 캠프는 최근까지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낙연캠프는 ‘황교익 내정’ ‘무료변론’을 공격 소재로 삼았다. 이 지사 측도 ‘이낙연 무능론’ 등으로 맞섰다. 치열한 화력 대결 1라운드의 승자는 이재명캠프다. 지난 4~5일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이 지사는 권리당원 과반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선제적인 네거티브 중단선언과 허위사실에 대한 선택적 대응 전략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낙연캠프는 곧장 전열을 가다듬고, 전략을 전환하기 위한 숙고에 돌입했다.

‘경선버스’ 출발과 함께 본격 경쟁을 시작한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의원의 ‘단독 플레이’가 경선판을 달구고 있다. 2017년 대선을 치러본 경험을 가진 홍 의원은 사이다 같은 직설화법을 통해 이슈몰이에 직접 나섰다. 그는 영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계부 양모씨에 대해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여론전을 주도했다. 홍 의원은 자신에 대한 공격도 직접 맞받아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비유하자 “참 어처구니가 없다” “본인 청부 고발의혹 사건이나 잘 대비하라”고 역공을 가했다. 여명 캠프 대변인도 홍 의원 ‘입’ 역할을 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여권의 공세와 야권 경쟁자들의 압박을 막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을 필두로 김병민 윤희석 대변인이 적극적으로 캠프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방송 경험이 풍부한 김 대변인과 국민의힘 대변인을 지냈던 윤 대변인은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는 화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특히 이들은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논리전과 최근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 KBS 기자 출신인 김기흥 수석부대변인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인규 부대변인도 ‘적재 적시’ 논평으로 지원사격 중이다.

유승민캠프는 최근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직접 윤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도 촉구한 바 있다. 유 전 의원 캠프 선봉장은 종합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이 맡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논란 때 “파국”이라는 용어까지 쓰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기인 이수희 캠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화력전을 응원하고 있다.

최재형캠프는 전략총괄본부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이 전투력 있는 스피커 역할을 수행 중이다. 정치권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신해 캠프 화력전을 주도하고 있다. 박 의원은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문제를 적극 제기, 경선 주요 이슈로 끌어올렸다.

정현수 오주환 이상헌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