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듄’은 개봉 전부터 소문이 무성한 영화다.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 출간한 동명의 원작이 공상과학 소설(SF)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인 덕분이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비판할 틈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빌뇌브 감독은 출간 56년 만에 ‘듄’의 세계를 사람들의 눈앞에 가져왔다.
‘듄’은 머나먼 미래 우주의 성간 사회를 배경으로 ‘메시아’의 탄생을 다룬다. 행성 간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과 반대로 세상은 봉건적 제국주의 시스템으로 다스려진다. 인간의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스파이스’는 물 한 모금 없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서만 구할 수 있다. 황제의 명령으로 고향을 떠나 아라키스 행성을 통치하러 온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적자 ‘폴’(티모시 살라메)이 많은 음모를 뚫고 미래를 보는 ‘메시아’로 각성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도전한 건 빌뇌브 감독이 처음은 아니다. 칠레 출신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16시간짜리 영화를 기획했다가 무산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포기하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이어 만든 1984년 작 ‘듄’은 136분 만에 이 대서사시를 풀어내려다가 아쉬움을 남겼다. 컴퓨터 그래픽(CG)기술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도 한몫했다.
빌뇌브 감독은 10대 때 원작 소설을 처음 읽고 팬이 됐다. 그는 소설 ‘듄’에 관해 “오랜 시간 가슴에 품고 있던 동반자이자 경전이다. 영화는 원작에 보내는 연서”라며 “원작의 정수를 유지하면서 소설의 복잡함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2부작으로 기획됐다. 이번에 개봉하는 1부의 분량은 3시간에 달한다. 6일 한국 언론에 일부 공개된 영화 장면에서도 영화의 거대한 스케일을 엿볼 수 있었다. 아라키스 행성에 서식하며 길이 400m까지 자라는 ‘모래 벌레’가 거대 수송선과 스파이스 수확기를 먹어 치우는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거대 수송선과 수확기는 물론 모래 벌레까지 실제로 제작했다. 모래 벌레의 제작에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인터스텔라’ ‘인셉션’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영화음악계의 거장 한스 짐머가 음악을 만들었다. 짐머는 거대한 세계관에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주로 활용해오던 것과 달리 새로운 세계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듄’을 감싸는 음악에는 인간의 목소리로 만들어낸 신비롭고 음산한 합창과 중저음의 관악기가 내는 낯선 소리가 주를 이룬다.
영화 ‘듄’은 지난 3일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초 상영을 한 후 8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LA타임스는 “‘듄’은 머리와 가슴을 모두 웅장하게 하는 시각적이고 본능적 경험으로 우리를 데려간다”고 평했다.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젠데이아, 조슈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등 호화 캐스팅도 화제다. 10월 개봉.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