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시한을 앞두고 대형 거래소의 시중은행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미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재계약을 맺은 가운데 나머지 3대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있는 신한은행, NH농협은행도 계약 연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중형 거래소의 경우 사활을 건 실명계좌 확보전에도 불구하고 막판까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과 거래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신고 기한 전 실명계좌 재계약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6일 “코빗과의 재계약을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가능성 등에 대한 실사를 모두 마친 상황이다. 신한은행이 코빗과의 거래로 얻은 가상계좌이용수수료 및 펌뱅킹수수료는 모두 합해도 지난 1분기 1억4500만원에 그친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MZ세대 등 미래 고객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소들의 신고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계약을 종료할 경우 암호화폐 시장에 끼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빗썸, 코인원과 거래 중인 NH농협은행은 나머지 은행들에 비해 다소 깐깐한 검증 기준을 제기해왔다. 특히 거래소 간 암호화폐 전송 시 보내는 쪽 거래소가 송신인의 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트래블룰’ 규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법정 시한은 내년 3월 25일인데, 이에 앞서 최소한의 검증장치를 마련토록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실명인증 계좌 발급이야 시중은행이 담당하니 별문제가 없지만,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거래소에서 자금세탁용 암호화폐가 국내로 들어올 때 이를 적발할 시스템이 현재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을 조율하기 위한 추가 협의를 이번 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약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조건부 합의’ 후 재계약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빅4’ 거래소와 달리 실명계좌 확보를 하지 못한 중형 거래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거래액 5위인 고팍스는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모 시중은행과 협의 중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신고 기한 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중형 거래소인 프로비트, 에이프로빗도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최근 준법감시와 자금세탁방지 부문의 채용 규모를 늘리는 등 영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에이프로빗 관계자는 “거래소 인허가 신청을 앞두고 서비스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빅4에 뒤지지 않는 시스템을 갖춘 중형 거래소도 있는데 빅4만 영업 신고가 수리된다면 거래 수수료 담합, 서비스 경쟁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암호화폐 거래소 대상 설명회에서 “가상자산 거래업을 종료할 사업자는 늦어도 17일까지 이용자에게 공지하고, 24일까지 모든 거래 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준구 조민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