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김웅 의원 계속 얼버무릴 건가

입력 2021-09-07 04:03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대검찰청 핵심 인사가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6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11명에 대한 고발장 파일과 160여장의 캡처 화면을 페이스북을 통해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보도했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후 언론과 접촉을 끊었던 김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에 없다”고 밝혔다. 제보를 전달받아 당에 전달한 적은 있다며 문건 전달을 사실상 시인했던 기존 입장을 얼버무린 것이다. 손 검사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당시 검찰총장으로 재임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주자 측도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 “대선 때마다 판치는 거짓 조작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발장과 첨부자료가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된 정황이 텔레그램 메신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짜 뉴스’라고 넘겨버리기에는 근거가 구체적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의 거취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조직을 사유화해 정치에 불법·부당하게 개입한 것이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의혹이 지루한 진실공방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혹을 ‘허무맹랑한 뉴스’로 치부하며 윤 전 총장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는데 그런 태도가 자당에 도움이 될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고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진상을 신속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핵심 당사자인 김 의원과 손 검사가 솔직하게 상황을 밝혀야 한다. SNS 대화방에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들이 오고갔고 당에 전달된 정황이 있는데도 불확실한 기억을 핑계로 부인하고 있으니 누가 납득하겠나. 윤 전 총장 측과 국민의힘의 태도는 의혹을 진실 게임으로 몰고가 뭉개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검이 진상 조사 중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사안이 중대하고 내부 조사와 감찰만으로는 실체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가 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윤 전 총장 등을 고발한 만큼 공수처는 수사 착수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