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정부 제재보다 내부통제 필요” 한 목소리

입력 2021-09-07 04:08 수정 2021-09-07 09:03
주요 금융단체들이 금융사고 예방,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금융권의 자율 통제를 강화하겠다며 제재 중심의 감독 시스템을 지양하라고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정부의 잇단 간섭에 사실상 금융권이 반기를 든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6개 금융협회장은 “최근 발생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실효성 부족이 지목됐다”며 “이 부분을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사 내부통제를 이사회가 중심이 돼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이들은 이어 “제재 중심의 현행 감독방식이 아닌, 개선 방향 제시 등 원칙 중심으로 감독하고 내부통제를 유인하는 규제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통상 ‘을’이나 다름없는 금융권이 규제의 칼을 보유한 ‘갑’인 금융당국에게 일방적인 제재를 하지말라며 한목소리를 내기는 이례적이다.

나아가 현재 입법 논의 단계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 법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실효성 있는 예방대책 마련’ ‘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충실한 점검 의무’ 등을 제시했는데, 금융권에서는 주관적이고, 모호한 근거로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불만은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판결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말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파생결합펀드(DLF) 제재 취소소송 1심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1여년간 실시돼온 금융권 사모펀드 전수조사 결과를 통해 “일부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9014개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대한 점검 결과 라임·옵티머스 사태 같은 대규모 피해를 야기하는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