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대 마음도 헤아려 달라는 노철학자 딸의 편지

입력 2021-09-07 04:07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비판한 정철승 변호사를 향해 인신공격 자제를 호소하는 김 교수 둘째 딸의 편지가 인터넷을 통해 회자하고 있다. 김 교수의 딸은 “나와 생각이 다르면 다 나쁜 놈이다 하지 말고 생각이 다른 상대방의 마음도 좀 헤아려 주시면 어떨까요”라고 당부했다. 양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 헐뜯기에 바쁘고, 상대를 비난하기 위해서라면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막말에 쌍욕까지 마다하지 않는 우리 사회가 새겨봄 직한 말이다.

정 변호사는 김 교수가 일본 보수신문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대일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등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 발언을 잇따라 내놓자 지난 1일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일 게다”라고 비난했다. “노화 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의 딸은 “여러 정권을 지나오면서 저는 보아왔습니다. 아버님이 저녁 퇴근하실 때 형사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연행해 가시는 것 한두 번 겪지 않았습니다”라고 썼다. “60여년 동안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다”는 정 변호사의 비난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이어 “글이나 강연 인터뷰에 대하여 어떤 비판이나 시비는 당연합니다”라며 그러나 인신공격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 변호사는 이에 대해 “교묘한 중상모략”이라며 “도대체 어떤 자들이 이런 장난질을 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비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글 내용에 상세한 가족사가 담긴 것을 보면 필자가 김 교수의 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장난질이라 단정하고 수사 운운까지 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글에 담긴 뜻을 새겨보고 자중의 계기로 삼는 게 옳다. 진영이 다르다고 귀를 닫고 무조건 배척하는 건 진보건 보수건 경계해야 할 아집이자 독단이다. 발언 자체가 아니라 연령이나 외모를 갖고 비방하는 건 논점일탈일뿐 아니라 양식에 반하는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