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5일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한국 여성들의 생활 여건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과거에 비해 분명 개선되고는 있다. 하지만 충분히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양성평등 사회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여가부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고위직 진입은 꾸준히 늘었다. 2000년 16명(5.9%)에 불과했던 여성 국회의원 수가 지난해 57명(19.0%)으로 증가했고,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민간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비중은 2010년 15.1%에서 지난해 20.9%로 늘었다. 10년 전 20%대였던 여성 판검사 비중도 30%대로 확대됐다.
2015년 200만명을 넘던 경력단절여성이 지난해 150만명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 지표도 나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고용의 기회와 질 모두에서 남녀 격차는 여전히 크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50.7%로 남성보다 19.1% 포인트 낮았고, 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24.1%)은 12.1% 포인트 높았다. 또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0%에도 못 미쳤으며, 맞벌이를 하더라도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3시간7분)은 남성(54분)의 3배 이상이었다. 여성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남성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를 빨리 개선하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여성이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불법촬영 등의 검거 건수는 예전보다 확실히 늘었다. 하지만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10년의 1.5배로 증가했다. 사회가 안전하다는 인식도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 항목 중 ‘범죄 안전’과 관련해 안전하다고 답한 여성은 21.6%, 남성은 32.1%로 성별 간 격차가 10.5% 포인트에 달했다.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에서 남녀 간 차이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불평등하다는 뜻이므로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더 많은 여성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설] 여성의 삶 통계지표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 멀다
입력 2021-09-0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