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서 가계 형편은 나빠지고 있지만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부담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보험료 인상 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국가 및 가계 경제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료율과 고용보험료율을 잇따라 인상했다. 일단 건강보험료율은 내년 1월부터 1.89% 인상된다. 이에 따라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은 현행 6.86%에서 6.99%로, 지역가입자 부과점수당 금액은 201.5원에서 205.3원으로 각각 오를 전망이다. 이어 하반기인 내년 7월부터는 고용보험료율도 오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을 통해 현재 1.6%로 책정된 보험료율을 1.8%로 올린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지갑은 홀쭉해졌지만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해보면 소득 상위 40%의 2분기 사회보험료는 월평균 27만1000원으로 지난해(25만1000원)보다 7.97% 증가했다. 반면 소득은 721만9000원으로 지난해(723만3000원)보다 줄었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사회보험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3.47%→3.75%)했다. 소득 하위 60%도 소득은 줄고 사회보험료는 늘어나 사회보험료 지출 비중이 2.95%에서 3.37%로 상승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사회보험료율은 비교적 가파르게 인상됐다. 직전 박근혜정부는 4년간 건강보험료율을 연평균 0.99% 올렸지만 문재인정부에서는 연평균 인상률이 2.7%에 달한다. 고용보험료율도 1995년 도입된 뒤 1999년 1.0%, 2011년 1.1%, 2013년 1.3%에서 장기간 유지되다 이번 정부에서 두 차례 인상되며 2%에 육박하게 됐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건강보험으로 취약계층의 건보료 경감, 진단검사비와 치료비, 백신접종비 지원 등 지원책을 추진해 왔는데, 관련 청구액이 줄기는커녕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취약계층 보험료 경감분(9115억원) 중 6459억원을 건강보험이 부담했다. 또 정부는 코로나19 진단검사와 확진 환자의 격리치료 등을 위해 올해 기준 12개 분야 36종의 수가를 신설하고, 이들을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7963억7300만원이 건강보험 진료비로 추가 청구됐다.
코로나19에 따른 청구액도 부담이다. 예정처는 “올해는 백신접종비와 의료인력 감염관리수당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일부 부담키로 해 코로나19 관련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문재인정부에서 늘어난 건강보험 부담이 향후 몇 년 뒤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예정처는 “건강보험은 국가 예산이 아닌 가입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대응 정부 시책에 따라 발생한 보험료 경감액 및 검사비·치료비 지원의 중장기 지출 규모를 산정하고 관련 비용은 가입자 보험료 인상이 최소화되도록 예산을 편성해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