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정권의 낙하산 보은 인사

입력 2021-09-06 04:03
문재인정부의 낙하산 보은 인사가 임기 말로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어 개탄스럽다. 보는 눈이 있든 말든 ‘내 사람, 내 이권 챙기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낙하산 인사라도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췄다면 용인할 여지가 있을 텐데, 그런 최소한의 자격 요건조차 무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공정’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처사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서야 이렇게 후안무치하게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자산운용 경험이 전혀 없는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담당하는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에 내정된 것은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인사다. 국회의원 보좌관과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황 전 행정관은 2019년 유암코(연합자산관리) 상임감사가 됐을 때도 낙하산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더욱 부적격한 자리로 간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관여하는 인사가 아니다. 전직 청와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취업을 한 사안이고, 일부 언론에서 낙하산으로 표현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부끄러워해도 시원찮을 판에 유감을 표하니 실소가 절로 나온다. 청와대가 관여 안 했고 개인적인 취업일 뿐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한국성장금융이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황 전 행정관을 투자운용본부장이 아닌 다른 자리에 앉히더라도 낙하산 인사라는 세간의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즉각 내정을 철회하기 바란다.

황 전 행정관 말고도 청와대 출신이 공공기관 고위직에 앉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지난달 김유임 전 여성가족비서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상임이사로, 천경득 전 행정관이 금융결제원 상임감사로 선임됐고, 지난 1월엔 강희중 전 행정관이 승강기안전공단 이사가 됐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노무현재단 본부장을 지낸 한유진씨는 한국예탁결제원 상임이사로 내정됐다고 한다.

금융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선임돼 지난해 말까지 재직한 39개 금융기관 임원 437명 중 138명(31.6%)이 친정권 인사나 퇴직 관료였다. 특히 금융공공기관의 관료·친정권 임원 비중은 47%에 달했다. 이런 실태를 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낙하산 보은 인사가 나라를 좀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거 없는 비판으로 들리지 않는다. 부적격·무자격자가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는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