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대충돌했다. 지난 4월 오 시장이 취임할 때만해도 과거의 악연은 잊고 서로 상생과 협치를 하자는 분위기였으나 시정질문 중 오 시장의 퇴장과 시의회 파행으로 10년 전 갈등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오 시장과 시의회 간 갈등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로 지명됐던 김현아 전 국회의원과 유력한 후보였던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오 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시작된 베란다형 태양광 사업 업체를 고발하고, 사회주택 사업에 대해서도 법적조치 검토를 지시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이경선(더불어민주당·성북4) 시의원은 3일 시정질문에서 오세훈TV의 사회주택 법적대처 내용을 문제삼았다. 이 의원은 “어떻게 개인 유튜브에 서울시의 비공개 문서를 공개할 수 있느냐. 유튜브 제작 과정에 서울시의 지원이 있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공공의 비공개 문서와 시장이 지시하지도 않은 발언을 시장 얼굴과 함께 동영상을 만든 것은 서울시의 비공개 문서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서울시의 정책을 폄훼한 ‘시정농단’”이라고 표현하며 비공개 문서가 유출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자진해서 발언대에 선 뒤 “발언 기회를 달라. 이런 식으로 시정질문을 하면 되느냐. 언페어(불공정)하다”며 반발했다. 오 시장은 의사진행을 맡은 김기덕 부의장에게 발언할 기회를 달라고 계속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런 식으로 하면 시정질문에 응하지 않겠다”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사회주택 사업은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청년·고령자 등 주택약자들에게 시세의 80% 수준에서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오세훈TV에는 박원순 전 시장때 시작된 사회주택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전임 SH 사장과 관련 담당자들에 대한 법적 대처를 검토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주택사업 실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감사를 실시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책 재구조화 작업에 나선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오 시장이 2시간만에 본회의장으로 복귀하고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제작된 영상”이라고 해명하면서 시정질문은 속개됐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김정태(더불어민주당·영등포2)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10년만에 의회민주주의 현장이 유린당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김인호 시의장도 “시정질문 시간은 시의원들의 고유권한이다. 답변 시간을 안줬다고 파행시키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10년전 전철을 밟지 말라”고 경고했다. 오 시장은 2011년에도 무상급식 등을 둘러싼 견해차이로 시정질문에 불출석한 적이 있다.
시의회는 오는 11월 서울시에 대한 행정감사에서 오 시장 취임 이후 진행되고 있는 ‘박원순 지우기’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을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시의회는 10월 20일까지 시민제보를 받는다고 밝혔다. 앞으로 행정감사와 SH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서울시와 시의회가 맞부딪힐 지뢰밭이 많아 양측 간 가파른 대치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