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없애니… 서울 전세 15.7% 증가

입력 2021-09-06 04:08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두 달 연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입주권을 얻으려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가 지난 7월 중순 철회되면서,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시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5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난달 12일 1만9810건에서 이날 2만2934건으로 15.7% 늘었다. 특히 서울 동대문구는 이 기간 매물이 302건에서 614건으로 두 배 넘게(102.9%) 올랐다. 이 밖에 은평구(462→794건)와 노원구(1130→1587건) 등 주로 실수요자들이 주로 찾는 서울 외곽의 매물 증가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전세 매물 수가 가장 크게 늘어 난 건 강남구였다. 강남구 매물은 지난 7월 12일 매물이 4396건이었는데, 두 달 만에 5120건으로 800건 가까이 늘었다. 시장은 정부와 여당이 재건축 조합원과 관련한 규제를 철회하면서, 임대차 매물을 많이 보유한 강남 지역 주요 아파트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들이 2년 실거주 의무를 지키기 위해 입주를 준비하다가, 규제가 철회되자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강남 재건축 아파트 전세 매물을 늘리는 것만으로 전세난을 막을 수는 없다. 서울 외곽 지역은 매물이 소폭 늘었지만, 전셋값은 무섭게 올랐고, 강남 지역은 학군 등을 이유로 일시 이주하는 일부 재건축 단지에 매물이 몰렸다.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로 유명한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 기간 전세 매물이 74건에서 283건으로 크게 늘었다. 규제 철회 이후 매물 증가량이 강남구 전체 매물 증가량(724건)의 25%를 넘은 셈이다.

지난 1년 동안 줄어든 매물 수에 비하면 늘어난 매물 수도 매우 적다. 아실 기준 지난해 7월 1일 전세 매물은 4만3904건이었으나, 5일 현재 매물 수는 2만2934건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7월 말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후 매물 감소세가 시작됐고, 양도세 중과 이후 다주택자들의 전세 공급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