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고 조이더니… 은행 대출금리 3개월새 0.5%p 급등

입력 2021-09-06 04:07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지난 3개월간 0.5% 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분의 4배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가계부채 대응책을 예고하며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우리·하나·신한은행)의 지난 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2.80~4.30% 수준을 기록했다. 3개월 전인 5월 말(2.35~3.88%)과 비교하면 상·하단이 각각 0.42% 포인트, 0.45% 포인트 높아졌다.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주담대 변동금리도 연 2.28~4.01%에서 2.67~4.38%로 올랐고, 신용대출 금리(1등급 기준)도 연 2.56~3.62%에서 3.00~4.05%로 급등했다.

주목할 점은 주담대 변동금리가 3개월 새 0.5% 포인트 올랐지만 정작 코픽스 상승률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신규 코픽스는 0.82%(5월 말)에서 0.95%(8월 말)로 0.13% 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승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의 경우 아예 변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준으로 삼는 주담대 변동금리는 0.4% 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지표금리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은행 대출금리 급등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축소 기조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당국은 과도한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돼 부동산 시세 상승, 주식시장 과열 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대출 규모를 줄이도록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맞춰 은행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 인상, 우대금리 축소 등 조치를 취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더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를 예고하며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고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사에서 “과도한 가계대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정책적 역량과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앞으로는)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자금만 지원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