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가스 해상운송 시장 선점에 나선다

입력 2021-09-06 04:08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왼쪽)와 호세 마리아 라로카 트라피구라 오일트레이딩 사업부문 사장이 지난 2일 한국과 스위스 양국 본사에서 비대면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현대글로비스가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을 투입해 가스 해상운송 시장 선점에 나선다. 효과적인 수소 저장·운송 매개체로 떠오르는 암모니아까지 운송할 수 있는 VLGC를 통해 수소 사회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세계 3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트라피구라와 운송 계약을 맺고 2024년부터 암모니아·액화석유가스(LPG) 해상운송에 나선다고 5일 밝혔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 트라피구라는 석유와 가스, 광물, 비철금속 등을 취급하는 원자재 트레이딩 회사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계약으로 최대 10년간 글로벌 수요처에 암모니아와 LPG를 운송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향후 2000억원을 투자해 VLGC 2척을 건조하고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신조 선박은 적재 규모 8만6000㎥로 가스 운반선 가운데 세계 최대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선박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된다. 향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이 개발되면 암모니아 추진 엔진으로도 개조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글로비스의 VLGC는 특수 재질로 제작된 화물창을 활용해 암모니아를 운송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암모니아를 선적할 수 있는 VLGC는 20여척 내외로 VLGC 전체 선대의 10% 이하 수준이다. 현재는 암모니아가 주로 비료와 석유화학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으나 향후 암모니아 대량 운송 시대가 도래할 경우 규모의 경쟁력도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가 암모니아에 집중하는 것은 암모니아가 현 기술 수준에서 가장 효율성이 높은 수소 저장·운송 매개체로 꼽히고 있어서다. 수소에 질소를 결합한 암모니아는 기존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된다. 단위 부피당 수소를 1.7배 더 저장할 수 있어 대량 운송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수소 공급을 2030년까지 194만t, 2040년까지 526만t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최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