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美 경기전망… 테이퍼링 속도 늦추나

입력 2021-09-06 04:05

미국 경기가 갑자기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말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인플레 확산세를 반영해 초읽기에 들어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 열기도 당분간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틀란타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실시간 경제성장률 지표인 ‘GDPNow 지수’는 지난 2일(현지시간) 3.7%로 전날의 5.3%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는 2개월여전인 6월 15일 10.5%의 3분의 1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분기(6.6%)와 비슷한 6.5%로 전망했으나 최근 2.9%로 크게 낮췄다. 글로벌 공급체인 병목현상 심화와 6일로 종료되는 추가 부양책 소진 등에 따른 자동차 등 내구재 등의 소비감소를 이유로 들었다.

특히 소비 감소는 인플레이션 확대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컨퍼런스보드가 조사한 8월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의 125.1보다 11.3포인트나 떨어진 113.8을 기록하면서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주택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그동안 고공행진을 보였던 주택가격이 급락한 것은 이례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미리얼터(부동산중개인)협회 조사결과 8월중 잠정주택판매 지수는 1.8% 떨어지면서 블룸버그가 예측한 0.3% 상승률 전망을 뒤집었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믹 서프라이즈지수’는 7월 28일 3.2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3일 현재 -54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조사 대상 17개 국가 가운데 미국보다 이 지수가 저조한 곳은 노르웨이뿐이라며 미국의 경기전망 급락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기급락 전망으로 당초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조기 테이퍼링 착수를 발표하려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조건으로 제시했던 ‘상당한 추가진전(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이 고용 부문에서 예상 외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8월 비농업 일자리는 23만50000개로 7월의 110만개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어메리카(BOA)의 시니어 경제전략가인 조지프 송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이같은 저조한 고용상황으로 인해 “9월 자산 매입 축소 시작 선언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일회성으로 그치느냐 지속적인 경기 감속을 반영하느냐가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