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계속 추락해온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결국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코로나 폭증에 악화된 민심과 총선을 앞두고 크게 위축된 정치적 입지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29일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의 향방은 오리무중 상태로 접어들었다.
스가 총리는 3일 자민당 임시 임원회의에서 총재 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대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사유를 설명했다. 스가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30일 만료되고, 29일 선출되는 후임 총재가 총리직에 오른다. 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지 1년 만에 스가 정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스가의 불출마 선언은 당 안팎에서 악재가 쏟아지며 ‘연임 시나리오’가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도쿄올림픽을 성공시켜 지지율을 견인한 뒤 무투표 총재 재선을 달성하고 중의원 선거에 승리해 총리 임기를 연장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부실 대응 등에 지지율이 3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자민당이 지난 7월 도쿄도의회 선거, 지난달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서 연패하며 당내 스가 대세론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이 총재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어 스가의 구상에 재를 뿌리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부분 개각을 통해 마지막까지 반전을 꾀했으나 이마저도 당에서 외면 받았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당내 구심력 저하에 책임을 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2위를 했던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고, 차기 총리 선호도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도 스가 불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지휘해온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도 유력 후보군에 속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시바와 선두 다툼을 벌여온 터라 스가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민당 내에서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여전해 그가 누구를 지지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