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검찰 ‘고발 청부’ 의혹, 진상 규명해야

입력 2021-09-04 04:02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제1야당에 여권 정치인의 고발을 청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검찰이 정치 중립을 위반한 중대 사안인 만큼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하다. 인터넷 언론사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윤 전 총장이 재임하던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후보이던 김웅 의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를 대상으로 한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고발장에 적힌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방송 신문 등 부정이용죄)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이다. MBC의 ‘검언유착’ 보도와 뉴스타파의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보도에 이들 3명이 개입했고, 이로 인해 윤 당시 총장과 김씨, 한동훈 검사장 등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내용이다.

윤 전 총장은 3일 이런 보도 내용에 대해 “어이없는 일이다. 권언 정치공작 한두 번 겪었나. 있으면 증거를 대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김 의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공익 제보 차원에서 수많은 제보를 당에 전달했지만 해당 문건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캠프 측은 이를 야권 1위 대선 주자에게 타격을 주려는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시 미래통합당이 해당 인사를 고발하지 않았고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어 의혹을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혹의 내용은 검찰총장이 측근을 통해 정치에 간여하고 검찰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무거운 사안이다. 정의당은 “사실이라면 대선 후보를 사퇴해야 할 정도로 대단히 심각하고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 치의 의혹도 없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곧바로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만큼 검찰은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객관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감찰 조사는 가능한 한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이와 관련한 당무 감사의 뜻을 밝혔으니 당 차원의 조사도 엄중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여권은 이번 의혹 사건을 호재로 삼아 마구잡이식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진상 파악이 되기도 전에 의혹을 부풀려 묻지마식 공격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감찰이 시작됐으니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