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사진) 검찰총장이 지난해 4·15 총선 전 검찰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범여권 정치인들과 기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검찰은 보도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2일 김 총장이 대검 감찰부에 해당 보도에 대한 진상을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검찰이 야당 측에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청부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보도는 4·15 총선을 앞두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가 당시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송파갑)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등 11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실제 당 차원의 고발장 제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 총장의 진상조사 지시는 보도 당일 신속하게 나왔다. 여권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확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총장의 진상조사 지시는) 적절한 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 감찰부는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 검사가 실제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것이 맞는지, 직접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는 보도 이후 “황당하다. 아는 바가 없어 해명할 내용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웅 의원도 “당시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며 “문제되고 있는 문건을 제가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이 야권을 통해 여권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직 검찰 간부는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전·현직 간부들은 보도 내용이 실제 발생했는지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검사들이 선거를 앞두고 주요 사건 수사까지 멈추는 점을 감안할 때 ‘고발 사주’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찰이 여당 관계자 등을 고발하려 했다면 당시 국회의원 후보자 신분이었던 김 의원보다는 다른 검찰 출신 인사들을 동원하지 않았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보도에서 고발장 문건 일부가 공개된 점 등을감안할 때 보도 내용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의 감찰 결과에 따라서는 야권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아울러 그간 검찰이 여권을 겨눴던 여러 사건 수사의 정당성에도 의혹의 시선이 더해질 수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