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 친딸 유기치사 혐의’ 친부모 1심서 무죄

입력 2021-09-03 04:05

2010년 생후 2개월 된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친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이의 출생과 사망을 입증할 증거들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판부는 유일한 증거나 마찬가지인 친모의 진술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친모 조모(45)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제시된 증거들만으로는 김씨가 어린 친딸을 방치해 사망하게 하고 유기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두 사람은 2010년 10월 7일 둘째 딸을 낳은 후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방치한 끝에 2개월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죄 사실은 2017년 3월 김씨의 괴롭힘으로 따로 살게 된 조씨가 “반지하집 방에 있는 나무상자에 아이 시신이 있다.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2개월 된 아이가 죽었다”며 경찰에 자진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조씨는 “김씨가 자신의 친딸인지 의심하며 아이를 학대했고, 고열임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사망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사망한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며, 2010년 11월 조씨가 몰래 아이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유기한 후로는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맞섰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20년, 조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약 6년 동안 시신이 든 나무상자를 방안에 두고 일상생활을 했다’는 조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또 경찰이 2017년 3월 15일쯤 반지하집에서 조씨가 지목한 곳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나무상자나 관련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들어 조씨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재판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재판이 끝난 후 법정을 나서며 “살아있는 내가 곧 증인이자 증거인데 내 말은 안 믿고 무죄가 된 이유를 모르겠다. 죽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어떻게 안고 사냐”고 말했다. 다만 조씨는 항소 여부에 대해선 고민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이들에 대한 1심 선고는 2019년 11월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김씨가 선고 공판에 나오지 않고 1년 반 가까이 잠적하다 지난 5월 경찰에 자수하면서 공판이 재개됐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