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역선택 방지’… 국힘 경선 왜 뇌관 됐나

입력 2021-09-03 00:02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당 의원 워크숍에 참석하면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역선택 방지’ 문제는 왜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에서 ‘뇌관’이 됐을까. 이번 경선에서 지지율 상위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점, 출발부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당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이유로 꼽힌다. 다만 경선 초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역선택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국민의힘의 약체 후보에게 투표해 본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이번 경선에서 유독 난타전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지지율 상위 후보들의 입장 차가 크다는 점이 꼽힌다.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도 역선택 방지 도입을 주장하면서 ‘윤석열·최재형(역선택 방지 찬성) 대 홍준표·유승민(역선택 방지 반대)’의 팽팽한 대립 구도가 만들어졌다. 찬성 측은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지도 않을 이들에게 후보 선출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고, 반대 측은 “당원이 아닌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선이 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 유불리와도 무관치 않다. 엠블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보수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50%)과 민주당 지지층(5%)의 격차가 매우 컸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23%를 얻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간 치러진 여러 선거에서도 역선택 우려는 상존해 왔지만 실제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느냐는 문제, 원천봉쇄할 방법이 있느냐가 복잡하게 얽혀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최근 세 차례의 대선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2일 “민주당 지지자가 의도적으로 다른 후보를 뽑는다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다고 해도 막기 어렵다”면서 “서로 유불리에 따라 정치공세를 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번 대선이 2007년이나 2012년 대선과는 다르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2007년은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치열한 경선을 벌였고, 2012년은 여야가 박빙 승부를 벌였지만 당내 경선은 박근혜 후보 선출로 굳어진 상황이어서 역선택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 윤희석 대변인은 CBS라디오에서 “지금은 후보가 15명이나 되고 경쟁도 치열하다”며 “역선택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볼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을 임명하는 과정부터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정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의 교감하에 불공정한 경선 룰을 정하려 한다며 사퇴 요구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선관위가 경준위가 정한 경선 룰을 수정할 수 있다고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선관위가 향후 어떤 결론을 내도 당내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 위원장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이날 입장문에서 “저는 처음도 나중도 공정이라는 가치를 최고 목표로 삼고 사심 없이 경선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 관련 여론조사 전문가 6명(찬성 반대 중립 각 2명씩)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