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대리점 점주 사망’ 대리점聯-노조 갈등 비화

입력 2021-09-03 04:04
김종철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김포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 노조 조사결과 발표 이후 취재진에게 유족측 입장문 등을 전달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경기도 김포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주 사건과 관련해 택배노조와 택배대리점연합회(이하 연합회) 사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2일 일부 조합원의 괴롭힘 행위를 시인하면서도 고인의 죽음에 대한 결정적 책임은 원청인 CJ대한통운으로 돌렸다. 연합회는 괴롭힘 당사자인 택배기사 12명에 대한 형사 고발도 예고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체 조사 결과 (해당 지역) 조합원들의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체 대화방에 게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폭언·욕설은 없었고 소장에 대한 항의, 비아냥·조롱 등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고인이 운영했던 택배대리점에서 노조가 설립된 지난 5월부터 4개월여간의 대화를 조사했다.

숨진 점주 A씨는 물품 배송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배송 업무를 거부하는 노조원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연합회는 이에 더해 노조원들이 점주를 몰아내고 자체 대리점을 설립하려고 A씨를 압박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 요구로 A씨가 ‘대리점 포기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고인이 해당 지역 대리점 운영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고 새로운 점주를 뽑은 것’이라는 취지의 지사장 발언이 담긴 통화 녹취록도 공개했다. 해당 지역에는 지난 7월 1일 새 대리점 운영 입찰 공고가 내려졌고 A씨는 탈락했다. 노조는 “A씨는 대리점 소속 기사들에게 4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고 상습적으로 기사들에게 수수료 급여 지급을 지연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한 노조 관계자는 “김포지사장이 수수료 지급 지연 등 고인의 대리점 운영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지사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지난해 12월 해당 대리점에서 급여가 밀리는 부분은 확인이 돼 내가 별도 면담을 통해 조정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택배노조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같은 건물 입구 쪽에서 “노조 주장은 전형적 물타기이자 2차 가해”라며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 유족은 연합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노조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합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노조원들이 A씨의 입찰을 방해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