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원조”… 6·25 참전 중국군 유해 송환에 中 들썩

입력 2021-09-03 04:04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이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제8차 중국군 유해 인도식’에서 중국군에 유해를 인도하고 있다. 군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등에서 발굴한 유해를 포함해 총 109구의 유해와 함께 관련 유품 1226점을 중국 측에 인도했다. 연합뉴스

6·25전쟁 때 한국에서 전사한 중국군 유해가 2일 중국으로 송환됐다.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움)의 영웅이 돌아왔다”며 대대적인 귀국 행사를 열고 애국심 고취에 나섰다.

중국중앙(CC)TV와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지원군(CPV) 열사 유해 109구와 유품 1226점이 이날 중국의 최신형 전략수송기 윈(Y)-20에 실려 랴오닝성 선양 공항으로 들어왔다. CCTV는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인도식부터 선양 공항 도착 및 환영 행사, 항미원조 열사능원 안장식까지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선 유해 송환 생중계가 하루 종일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랴오닝성에 있는 24만㎡ 규모의 항미원조 열사능원은 6·25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1년 지어졌다.

한·중 양국은 2014년 한국에서 발굴한 중국군 유해를 중국에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716구의 중국군 유해가 인도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 대대는 중국군 유해를 최고 예우로 맞이하기 위해 Y-20 내부에 별도의 충격흡수 장치를 설치하고 수차례 시뮬레이션하는 등 한 달여 전부터 집중훈련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송환식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이었던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국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애국심’을 강조한 뒤 처음 열린 행사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는 이런 사실을 부각하며 유해 송환의 의미를 크게 선전했다.

중국 퇴역군인사무부는 유해 송환식이 9월 초 열린 데 대해 “새 학기를 맞아 청소년들이 항미원조 정신을 충분히 배우고 이해하며 중국의 평화와 안정된 상황이 그냥 얻어진 게 아님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항미원조 정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반중 세력이 계속해서 중국에 대항하고 있다”며 “항미원조 정신을 환기시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6·25에 참전했던 한 노병은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당시 미국은 무엇이 정의로운 전쟁이고 무엇이 침략인지 몰랐다”며 “1950년대부터 이미 미국의 본성이 드러났고 지금도 그렇다. 미국은 결국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항미원조 전쟁을 소재로 약 23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 ‘장진호’는 올해 국경절 황금연휴(10월 1~7일)에 맞춰 개봉한다.

환구시보는 이번 유해 송환식이 한·중 관계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이 매체는 “한국에 친미파, 우익·반중 세력이 많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한국 정부와 군은 전반적으로 한·중 우호 발전의 원칙을 지켜왔다”며 “미국의 지휘봉을 완전히 따라가지 않은 점은 평가할 만 하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