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로만 ‘착한 임대 운동’… 공공 감면, 민간의 절반

입력 2021-09-03 04:00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착한 임대인’ 운동을 강조해 왔지만 정작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의 임대료 감면 실적은 민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솔선수범하지는 못할망정 재산권에 해당하는 임대료 감면 문제를 대부분 민간에 떠넘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2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에 ‘정부의 착한 임대인 참여 실적’ 통계를 받아 분석한 결과 공공부문은 지난해 전국 임차인들에게 2040억원의 임대료를 감면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1165억원, 공공기관이 550억원의 임대료를 1년간 깎아줬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 6월까지 325억원을 인하해주는 데 그쳤다.

이는 민간부문의 임대료 감면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달 4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귀속 종합소득세·법인세 신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한 개인사업자·법인 10만3956명은 소상공인 등 임차인에게 총 4734억원의 임대료를 인하했다. 공공부문 인하금액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 국세청으로부터 종합소득세 2011억원, 법인세 356억원의 세액공제를 받은 게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공정 임대료’를 내세우며 착한 임대인 운동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지난해 4월에는 “전주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하길 기대된다”고 말했다. 12월에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약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호응해 여당은 관련 입법 등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임차인의 고통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고 주장했고,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집합제한 업종에 대해 임대료를 제한하는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위해 민간의 자발적 임대료 인하 지원 강화, 지자체별 임대료 인하 지원 방안 마련과 더불어 공공부문의 직접적인 임대료 인하를 추진키로 했었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민간에만 희생을 요구했을 뿐 뒷짐만 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자체, 공공기관의 부동산 운용방식 특성상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한 부동산은 통상 특수하고 구체적인 목적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며 “애초에 민간에 임대 가능한 가용자산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임대인은 임대료가 과도하게 상승해 공실이 생기면 되레 손해를 보는 입장이다 보니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할 이유도 공공부문보다는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