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와 ‘기차는 8시에 떠나네’의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사진)가 2일(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리스 문화부는 테오도라키스가 아테네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테오도라키스는 그리스의 국민 작곡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리스 음악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음악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그는 주옥같은 영화음악으로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영화 ‘페드라’(1962), ‘그리스인 조르바’(1964), ‘제트’(1969) 등의 대표 사운드트랙을 만든 장본인이다. 특히 그리스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의 애절한 목소리로 불린 ‘기차는 8시에 떠나네’는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었다.
테오도라키스는 그리스 정치인으로도 활동했다. 1964년 의회에 진출한 그는 1967년 쿠데타로 파시스트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반독재 투쟁 조직을 만들어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
민주화 운동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은 테오도라키스는 1970년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이후에도 음악적 재능을 활용해 해외에서 그리스 군사독재 저항 콘서트를 조직하는 등 반독재 투쟁을 이어갔다.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이 시기 발표된 그의 곡들은 독재에 맞서 싸우는 민중의 아픔과 슬픔, 저항 정신이 선율에 깊이 배어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작품은 군사정권 시절 대부분 금지곡이 됐다. 연인의 이별을 그린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역시 민주화 투사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타오도라키스는 1974년 군사정권이 종식된 뒤 그리스로 돌아와 음악·정치적 활동을 지속하다 1992년 정계를 떠나 작곡에만 전념해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