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국토교통부에 남아 있던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통합물관리’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가 채워진다. 수량·수질에 이어 댐·하천 관리가 처음 일원화되는 것으로, 홍수·가뭄 등 기후위기 대응의 구심점 역할이 예상된다. 수열에너지·수상태양광 등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도 기대 요인이다. 다만 정부·전문기관·기초단체의 역할 재정립과 풍수해 보험 등 관련 법·제도 정비, 농업용수·발전용 댐 통합관리 등 관리 주체 일원화 등 해결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 국토부의 하천계획과와 서울(수도권) 대전(충청) 원주(강원) 부산(영남) 익산(호남) 등 지방 국토관리청 조직 및 업무가 환경부 수자원국으로 이관된다. 인력은 142명(하천계획과 13명·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 129명), 예산은 7295억원이 넘어온다. 환경부는 이를 대비해 지난 6월 물관리정책실을 신설하는 등 통합물관리 체제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하천관리 업무 이관을 위해 인력, 예산, 조직, 장비 등을 통합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안전한 통합물관리’ 첫걸음
댐·하천 통합관리의 핵심은 ‘홍수방어 능력’ 향상이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과 직결된다. 그동안 댐은 환경부가 맡고 하천은 국토부가 관리하면서 지난해 여름 같은 대규모 홍수 시 신속 대응이 어려웠다. 2018년 5월 28일 국토부 소관의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물관리일원화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정치적 갈등으로 하천관리 기능은 국토부에 남겨졌었다. 환경부로서는 2년반 만에 숙원사업을 해결한 셈이다.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댐·하천을 통합관리한다.
환경부는 지난 6월 물 분야 전반을 포괄하고 향후 10년간 물관리 정책의 구심이 되는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을 수립했다. 전반적인 통합물관리 방향이 담겼다. 기술 측면에서는 댐과 하천을 연계한 ‘스마트 홍수관리 체계’가 주목받는다. 댐·하천 유역의 3차원(3D) 공간정보 플랫폼, 홍수 분석 모형 연계 시뮬레이션 기술 등이 등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여름 대규모 홍수를 계기로 댐·하천 구분 없이 피해지역 주민을 위한 구제 기반을 마련한 것도 의미가 크다. 주민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진행하기 전 환경분쟁조정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소송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댐·하천은 잠재적 ‘재생에너지 요충지’
댐·하천 통합관리는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충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수열에너지’와 ‘수상태양광’이 대표적이다. 수열에너지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에너지 다소비 시설에 적합하다. 현재 강원도에는 3000억원 규모의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3년부터는 1000억원 규모의 물·에너지 기업 직접 단지 조성사업도 개시된다.
수상태양광은 댐 고유 기능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낸다. 우리나라는 2012년 댐 수면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수상태양광(0.5㎿) 상용화 모델을 개발한 저력을 갖고 있다. 댐·저수지 57곳에는 116㎿급 수상태양광이 구축됐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수상태양광 2.1GW 설비를 갖추고 2050년엔 34개 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통합물관리, 이제 한 고개 넘겼을 뿐
댐·하천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통합물관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소관 법과 조직이 합쳐지지만 기관별 역할이나 추가적인 법 개정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지자체 업무 범위가 과다해 효율적 관리에 한계가 있으므로 집행 기능 일부를 전문기관에 이양하고 통합물관리 체계에 맞도록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와 유역청은 정책·계획 수립 및 규제, 감시·감독 기능에 집중하고 전문기관 참여를 늘려 업무 부담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국가·지자체·전문기간 간 효율적인 업무 분담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기관에 댐 방류 영향이 미치는 하류 구간 관리를 위임·위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천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천관리 시 탄소 감축이나 흡수원 확충을 포함한 시행 근거가 미비하고 수질·수생태를 고려한 하천의 자연성 회복 개념이 모호하다. 홍수 위험 때 지방하천에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부재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물관리 취약성 대응방안도 취약하다. 치수(治水) 중심 하천관리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적 보험 체계’도 걸음마 수준이다. ‘풍수해 보험’은 홍수·태풍 등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재산 피해에 대한 손해보상 제도인데 가입 대상 가구 중 20% 정도만 가입한 상태다.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기후위기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관리와 더불어 지역·전문기관 등 로컬에서의 민첩한 이행 기능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량, 수질, 댐, 하천, 이수, 치수, 수질, 생태 등은 물론 농업용수·발전용 댐 등 통합해 나가야 할 것이 산적해 있다”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향후 수십년을 허비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지구의 눈물, 인류를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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