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배구선수 정지석(27·대한항공·사진)씨가 데이트 폭행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시즌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고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주가를 올린 직후라 사실로 밝혀질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정씨의 전 애인 A씨가 정씨를 상대로 고소한 폭행 및 불법촬영 등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까지 A씨와 사귀는 과정에서 경기도 수원의 자택에서 A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 타지역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같은 달 정씨의 거주지 관할서인 수원남부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다. 정씨는 지난달 피의자 조사를 한 차례 받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폭행·불법촬영과) 비슷한 형태의 몇 가지 혐의가 있다”며 “A씨는 사귀는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진술했고, 정씨는 일부 부인해 추가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전날 A씨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관련 글과 사진을 게재하며 알려졌다. A씨는 SNS에 정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과 휴대전화 액정이 산산조각이 난 사진, 집안 구석에 카메라가 설치된 사진 등을 공개한 뒤 “고소당했으면 반성을 먼저 해야지 내 휴대전화 부순 거 하나만 인정하고 폭행, 몰카 설치는 인정 안 한다는데 진짜 어이가 없다”며 “본인 친구 앞에서도 나 잡아 던지고 욕하고 별짓을 다 해놓고 너무 뻔뻔하게 아니라고 잡아떼는 거 아닌가. 양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씨가 함께 살던 주거지 내에 휴대전화를 몰래 설치했다고 주장하며 “그 휴대전화 제가 갖고 있다. 그런데 경찰서에서 성적인 걸 몰래 촬영하려고 한 게 아니라고 오히려 반박했다”고 덧붙였다.
소속팀 대한항공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정씨를 훈련에서 전면 제외했다. 대한항공 구단은 2일 낸 입장문에서 “무엇보다도 금번 논란을 초래한 부분에 대해 배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해당 건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선수는 일체의 훈련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관계기관 조사에 충실하게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정씨는 ‘몰래카메라’ 설치 건의 경우 외출 시 반려견을 관찰할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며, A씨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성적인 목적으로 설치한 게 아니란 것이다. 대한항공 구단은 “당 구단은 수사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투명하게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정씨는 고교 졸업 직후인 2013-2014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의 주전 레프트로 활약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