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직전까지 갔던 HMM이 18시간의 밤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자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2일 HMM에 따르면 배재훈 HMM 사장과 김진만 육상노조(사무직 노조)위원장, 전정근 해상노조(선원 노조)위원장은 임금 인상 7.9%(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 650%(9월 중 350%, 12월 중 300%) 지급, 복지개선 평균 2.7% 등을 담은 안에 합의했다. 총액 기준으로 육상직은 10.6%, 해상직은 11.3% 인상된다. 당초 노조가 요구했던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지급에는 한참 못 미치는 안으로 합의한 만큼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향후 3년간 임금 정상화 방안 및 성과급 제도를 마련키로 했다. TF에서 도출한 방안에 노사가 합의하면 3년 동안의 임단협을 갈음한다.
전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HMM 사측과 육·해상 노조의 협상은 이날 오전 8시에야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지난 6월 시작된 임단협 협상은 77일 만에 마무리됐다.
HMM 관계자는 “국민들께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합의할 수 있었다. 수출화물이 차질없이 운송될 수 있도록 노사가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 노조는 노사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을 상당히 양보했다고 생각한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과거와 같이 오늘만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면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선원들이 전날 오후부터 해온 선상 시위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HMM 노조는 향후 HMM이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나 경영정상화를 이룬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적자금위원회가 HMM으로부터 공적자금을 회수해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고, 올해도 6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직원들에게 성과에 걸맞은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선원들의 선상 근무 환경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던 탓에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전 위원장은 “선원이 없으면 배도 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선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선원법이 꼭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