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탓이오’… 아프간 철군 ‘비난 게임’이 시작됐다

입력 2021-09-03 00:05
바이든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공식 마무리함에 따라 현지 사태에 대한 ‘네 탓’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백악관이 전임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과 아프간 정부에 이어 자국 정보기관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CNN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된 뒤 혼란스럽고 치명적이었던 대피 작전을 평가하는 힘든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이는 행정부 내에서 ‘비난 게임’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부 평가 과정에서 자신의 오판을 직면해야 하는 관료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한다는 얘기다.

미 정부 내 책임론은 지난달 말 카불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살폭탄 테러로 170여명의 아프간인과 미군 13명이 숨지면서 더욱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그동안 아프간 철군 비판론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부패한 아프간 정부, 스스로 싸우기를 포기한 아프간 보안군 등을 공개 비난하는 등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아프간 곳곳에서 인권탄압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에서도 탈레반의 협조 약속 등을 언급하며 국내외 우려와 비판을 잠재우려 했다.

행정부 내 비난은 정보기관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한 고위 관료는 지난달 뉴욕타임스에 “정보기관들은 7월까지 상황이 더 불안정해지면서 탈레반의 (정권) 인수가 임박했다는 명확한 예측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CNN은 “백악관과 국무부 관료들은 카불이 얼마나 빨리 무너질지 예측하지 못한 정보기관보다 자신들이 왜 더 많은 비난을 받는지에 대해 투덜거렸다”고 전했다.

미 관료들은 잘메이 칼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특사가 탈레반의 속내를 현실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데에도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출신으로 2001년 9·11테러 직후 처음 지명된 칼릴자드 특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탈레반과의 협상을 이끈 인물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미 의회는 백악관이 정보기관을 희생양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간이 빠르게 붕괴할 수 있다는 정보기관의 평가를 국무부가 무시했다고 반박한다. 미 국방부는 아프간 주둔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백악관이 이를 무시하고 철수를 결정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CNN 인터뷰에서 “지금 아프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전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며 “그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