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블록딜 쇼크에… 카뱅 주가 7.7% 털썩

입력 2021-09-03 04:07
사진=카카오 제공

상장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금융 대장주로 떠오르던 카카오뱅크가 우정사업본부(우본)의 1조원 규모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소식에 2일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3200선을 내줬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대비 7.77% 하락한 8만190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38조9100억원으로 40조원을 밑돌며 10위(우선주 제외)를 기록했다.

지난달 6일 상장된 카카오뱅크 주가는 중순쯤 9만원을 돌파하며 상반기 리딩뱅크 KB금융 시총의 두 배에 달했다. 이후 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1일 5.84% 오르며 상승세를 다시 이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전날 장 마감 직후 우본이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뱅크 주식의 90%(1368만383주)를 블록딜로 처분한 여파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블록딜은 대형 투자자들이 지분을 정리할 때 사용하는 거래 방식으로, 주가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장 마감 후에 매매된다. 해당 지분을 매입하기로 약속한 기관투자자들은 거래 당일 종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이번 블록딜로 우본이 매매한 카카오뱅크 주식 규모는 1조1000억원 가량이며, 지분은 3.23%에서 0.33%로 대폭 낮아졌다. 우본이 챙긴 차익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과 함께 대형 연기금인 우본은 2015년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 허가를 받을 때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번 블록딜이 상장 전부터 ‘거품’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뱅크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카카오뱅크 목표 주가를 9만4000원으로,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경제활동인구의 36%를 고객으로 확보한 만큼 빠르게 주류로 진입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대표적 인터넷은행이지만, 그 강점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닷새 만에 하락해 31.17포인트(0.97%) 내린 3175.85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800억원, 5800억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