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국민참여예산 집행에 대한 국회 결산 과정에서 다수 사업의 실제 집행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내년도 예산안에 국민참여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외형을 키우는 데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참여예산을 총 71개 사업, 1414억원으로 해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2일 밝혔다. 내년 국민참여예산 사업비는 올해보다 246억원(21.1%) 늘었다. 국민참여예산은 국민이 직접 예산 편성을 제안하는 등 국민 의견을 예산 편성 과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취지로 2018년에 도입된 제도다.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의 예산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도입 첫해에는 시범사업으로 6개 사업, 422억원 배정에 그쳤지만 이후 국민참여예산은 매년 확대됐다. 이듬해인 2019년 사업 수가 38개로 확 늘었고 배정 예산도 92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사업 수는 38개로 전년과 같았지만, 예산이 1057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늘었다. 올해는 사업 수가 63개로 대폭 늘어났으며 예산도 1168억원으로 책정했다.
국민의 예산 편성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정작 예산이 실제 집행된 것이 많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020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편성된 국민참여예산 사업 가운데 실집행률이 80%에 못 미치는 사업은 12개로 전체(38개)의 3분의 1가량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시범사업’ 예산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이 사업은 임산부에게 연간 48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월 2회 친환경농산물을 집 앞까지 배송, 임산부의 건강과 친환경농산물의 소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좋은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 편성 당시 이 사업을 주요 이색사업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정부는 2019년 지난해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 사업 예산을 90억원으로 편성해 경기도 부천 등 전국 14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비 44억원을 추가 투입해 대상 지역을 서울 등 10곳을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이 사업 예산의 실집행률은 14.5%에 그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임산부 한 명이 12개월간 여러 차례 주문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 한 번 주문하고 회계연도(2020년) 안에 또 주문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월된 예산으로 올해 집행한 것까지 합치면 실집행률은 6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오프라인 불법광고 모니터링(17.9%), 독도입도영상시스템 구축(34.5%) 등의 사업도 지난해 말까지 실집행률이 50%에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독도입도영상시스템 구축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태풍 영향 등으로 독도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적어 집행이 부진했지만 올해 집행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8년 결산에서도 국회는 일부 국민참여예산 사업의 지지부진을 꼬집으면서 “기재부가 사후관리 미흡 문제와 관련해 면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편성된 사업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각 부처에 차질 없는 집행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