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목사 대신 ‘홍아재’… 지역사회 품는 마을목회

입력 2021-09-03 03:01
마을 목회를 실천하거나 고민 중인 사역자들이 온라인으로 열린 ‘마을목회 4.0 이야기’ 세미나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다. 줌 캡처

시민경제단체나 장애인학부모단체, 주민자치회, 지역사회 도서관 등 교회 밖 활동을 주일 예배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목회자들이 있다. 지역사회 전체를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마을목회’를 실천하는 이들이다.

마을목회4.0포럼(대표 이청훈 목사)은 최근 ‘마을목회 4.0 이야기’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마을목회는 교회 성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섬김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선교적 교회’의 한국적 표현이다.

오만종 오빌교회 목사는 ‘하나님은 다만 유대인의 하나님이시냐 또한 이방인의 하나님은 아니시냐 진실로 이방인의 하나님도 되시느니라’(롬 3:29) 구절을 언급하며 이방인 중심의 교회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교회 생태계는 이미 믿는 사람들끼리만 교류하는 모습”이라며 “교회 밖 이들도 하나님 나라의 백성, 예비 그리스도인이라고 여기고 어떻게 이들을 위해 봉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복음”이라고 설명했다.

오 목사는 구립성내종합관 운영위원, 강동작은도서관 대외협력국장, 성내1동주민자치회 위원, 예비사회적기업 생각실험 이사 등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 직책을 맡고 있다. 그는 “마을에 필요한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려고 하다 보니 지역사회 내 역할이 확장된 것”이라며 “우리 교회 신조는 ‘성경을 신문처럼, 신문을 성경처럼’이다. 교회가 주거, 일자리, 고령화 문제 등 세상에 관심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미 양주시 안디옥감리교회 목사는 “낯선 지역에서 개척하고 1년이 지나도록 양주시민 한 명과도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주일에 예배드리는 사람이 없더라도 주중에는 교회에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길 바랐다”며 마을목회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집 행사에서 힌트를 얻어 홈 콘서트 형식의 ‘쑥쑥음악회’ 초대장을 만든 후 길거리에 배포하는 방법으로 시민과 교류를 시작했다고 한다.

임 목사는 “교회 안에만 있으면 시민과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양주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경기도형 아동돌봄공동체 공모사업 등 지역사회 사업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교회 건물 1층에 있는 미용실이 롤모델”이라며 “주민들이 별일이 없어도 주인, 손님들과 수다 떨기 위해 미용실을 수시로 드나든다. 그렇게 지역사회에 스며들고 싶다”고 했다.

이청훈 하늘뜻담은교회 목사는 교회를 ‘하담 공동체’라는 지역사회 공간으로 확장한 경험담을 나눴다. 하늘뜻담은교회는 주일 예배를 다른 교회 건물에서 드리고 본래의 교회 공간은 마을 주민을 위해 비운다고 한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사적 모임부터 주민자치회, 마을합창단, 초등생 돌봄, 독서모임, 요리교실 등을 진행한다. 이 목사는 홍연초 등교 지도사, 장애인부모연대 사무국장, 서대문구 마을공모사업 협력지기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주중에 나는 마을에서 ‘목사’ 대신 ‘홍아재(홍운동 아저씨), 청운동 선생’으로 불린다”며 “이런 마을 거버넌스 활동이 주일 예배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