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성 출신 尹캠프행 볼썽사납지만 文정부도 부끄러워해야

입력 2021-09-03 04:03
요즘 대선판에 블랙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군 수뇌부 출신인 예비역 장성들이 잇따라 야당 대선 캠프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초대 육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용우·이왕근 예비역 대장은 지난 27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들어갔다. 연합사부사령관을 지낸 최병혁 예비역 대장과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전진구 예비역 중장도 윤 전 총장 캠프로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들 문 대통령이 집권 초 직접 임명했거나 현 정부에서 오랫동안 요직에 있었던 인사들이다.

예비역 장성이라고 정치판을 기웃거리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자신들이 군통수권자로 모시던 대통령이 버젓이 현직에 있는 상황에서 그 정부를 맹비난하며 정권 교체를 부르짖는 야당 주자 캠프에 가는 게 과연 도리에 맞는 일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윤 전 총장은 출마 기자회견 때 현 정부를 ‘국민 약탈’ ‘독재’ ‘거짓 선동’ ‘무도한’ 정권으로 규정했었다. 그렇다면 예비역 장성들 역시 윤 전 총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를 돕겠다고 나선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문 대통령이 삼정검에 직접 수치를 달아주고 오랫동안 군 핵심 보직에 있게 해준 기억을 떠올린다면 그건 도의가 아니라고 본다. 설사 반대 진영에 서더라도 적어도 그 대통령이 물러난 뒤에 서는 게 낫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이야 현 정부에서 1년 넘도록 모진 탄압이라도 받았지만 예비역 장성들은 그런 일도 없지 않았던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이들을 향해 “별값이 똥값 됐다. 장성들 참 쪽팔리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창피한 걸 모르는 건 청와대 출신인 윤 의원 본인이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현 정부에서 중용한 장성들이 줄줄이 야당 캠프로 가는 것에 책임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다 현 정부가 사람을 잘못 썼거나 불만을 품고 직에서 물러나게 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반기를 든 것도 모자라 이제는 예비역 장성들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다면 그야말로 사람 농사 제대로 망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