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을 가차 없이 제거하기(The Ruthless Elimination of Hurry)’.
세계적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기독교 신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존 마크 코머 목사의 영문판 책 제목이다. 한국에선 최근 두란노서원이 ‘슬로우 영성’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했다. 한글로 처음 만나는 코머 목사의 책이다. 부제는 ‘영적 무감각에 빠뜨리는 바쁨을 제거하라’이다. 놀랍도록 솔직하고 재치있고 과감하면서도 동시에 깊이 있는 영성을 담고 있다. ‘빨리빨리’의 한국만큼이나 경쟁과 속도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와 교회에 경종을 울리는 글이다.
코머 목사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브리지타운교회를 개척했다. 이 교회는 7년 연속 한해 1000명씩 성도 수가 불어났다. 급성장하는 교회는 다수 목회자의 꿈이다. 하지만 코머 목사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책은 그가 하루 여섯 번의 설교를 감당하고는 집으로 돌아가 탈진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코머 목사는 “교회를 얻고도 자기 영혼은 잃을 수 있다”며 담임 자리에서 물러나 지금은 교육 및 비전 담당으로만 사역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저술했다. 그는 가차 없이 삶의 속도를 늦추고, 예수님을 본받아 삶을 단순화하는 데 집중했다.
책은 디지털 시대의 잠언이라고 부를 만하다. 저자는 2007년을 “디지털 시대의 공식적인 원년”이라고 부른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해다. 이후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바쁨으로 몰아가며 지배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2016년 비즈니스 인사이더 조사를 인용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하루 평균 2617번 자신의 기기를 만지며, 하루 24시간 중 2시간 30분을 이렇게 쓴다고 전한다. 1980~2000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선 이 수치가 두 배 높게 나왔다고 전한다. 삶의 본질과 대면하는 데 가장 방해되는 장애물이 스마트폰이라고 단언한다.
코머 목사는 기독교의 오랜 전통인 침묵과 고독의 훈련을 통해 한적한 곳을 찾아간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예배를 통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다음으로 영혼을 갉아먹는 물질주의와 소유욕의 굴레를 끊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최종 목적은 예수 안에서 사랑과 기쁨과 평안 위에 거하는 것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