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박원순 사망 당시 “오랜 인연… 비판해도 조문갈 것” 토로

입력 2021-09-02 04:03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에서 열린 저서 ‘승부사 문재인’ 출판기념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관련해 “조문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비판을 해도 조문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8·15 광복절 집회 참석자를 향해 “몇 명이 깽판을 쳐서 많은 사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원색 비판한 사실도 드러났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저서 ‘승부사 문재인’ 가편집본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나와 박 전 시장은 인연이 오래됐다. 사법연수원 동기였고, 오랜 세월 비슷한 활동을 해왔다”며 조문할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목숨으로 책임을 진 것인데, 조문은 전혀 고민되는 대목이 아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문 대통령의 조문을 반대했고, 결국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신 빈소를 찾았다. 강 전 대변인은 “2차 가해 논란 때문에 참모들이 만류한 것 같은데 조문을 가지 못한 문 대통령은 얼마나 슬펐을까”라고 회고했다. 강 전 대변인은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9일 출간하는 최종본에는 해당 내용이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가해 논란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광복절 집회 참석자가 격리 기간에 제공되는 음식이 부실하다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자 “지금 밥이 맛이 있냐 없냐 라니, 한심할 정도”라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한 이후 통행량이 17% 줄었다. 국민이 고위험시설을 안 가는 정도가 아니라 ‘집콕’ 인증을 돌릴 정도로 열심히 한 것”이라며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 전 대변인은 지난해 이른바 ‘n번방’ 사건과 ‘마스크 사재기’ 사태 당시에도 문 대통령이 분노를 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비상대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라”며 “사상 유례없는 전권을 가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다 지나고 경기부양책을 쓰면, 대책이 무슨 소용이냐”며 경제라인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총선을 한 달 앞둔 지난해 3월 참모들에게 “지금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를 할 때”라며 “국민은 상황을 냉정하게 본다. 실효성이 있다면 국민이 동의하고, 그건 포퓰리즘이 아니다”고 당부했다. 이 부분도 최종본에는 실리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강 전 대변인의 저서를 두고 불쾌해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문 대통령 임기가 아직 8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전직 참모가 대통령 이야기로 책을 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문재인정부 청와대를 거쳐 간 인사 중 재직 기간에 있었던 일을 출간한 것은 강 전 대변인이 처음이다. 이런 행위를 규제하는 청와대 규정도 따로 없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이후로 출간 시기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지만 강 전 대변인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강 전 대변인은 “청와대를 나올 때 대통령께 책을 써도 되겠느냐고 여쭤봤는데 그것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주셨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책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답할 수 없다. 강 전 대변인이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알 것”이라고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