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마친 미국이 ‘포스트 아프간 시대’ 최우선 과제로 ‘중국 견제’와 ‘미국우선주의’를 천명했다. 조 바이든(사진) 미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다른 나라 재건을 위한 군사작전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고 미국의 안보를 위해 중국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움) 정신을 부각하며 정면대결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아프간 전쟁 종료 대국민 연설에서 철군 정당성을 강조한 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러시아와 여러 전선에서 도전을 다루고 있으며 사이버 공격과 핵 확산에 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또 다른 10년 동안 발이 묶이는 상황을 가장 바랄 것”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의 근본적인 의무는 2001년의 위협이 아니라 2021년과 미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안보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는 ‘바이든식 미국우선주의’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미국에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 미국과 동맹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하는 자들을 용서하지 않고 지구 끝까지 찾아가 궁극적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국민 연설은 약 26분간 진행됐다.
이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의 궁극적 목적이 중국 견제와 미국 안보 이익 수호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아프간 철군에 따라붙는 ‘미국 역사상 엄청난 실패’ ‘도덕적 재앙’ 같은 국내외 비판 여론을 정면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아프간 철군 이후 미국의 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선 “아프간 철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 견제가 본격화될 상황에 대비해 공산당 혁명 정신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발간된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공산당이 100년에 걸쳐 시련을 겪으면서도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혁명에 사활을 건 강한 정신 덕분”이라며 “당의 위대한 정신과 전통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자 정신적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중 하나로 ‘항미원조’ 정신을 언급하며 “지금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시기에 있다. 전 당원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발전시키는 더 큰 승리를 끊임없이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강 미국 주재 중국대사도 여기에 가세했다. 그는 전날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 이사회가 개최한 부임 환영 화상 행사에서 “미국 일각에서는 구소련에 이겼던 것처럼 중국과의 신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역사와 중국에 무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보는 것은 돈키호테가 풍차에 도전하는 것처럼 황당하고 위험하다”며 대만, 홍콩, 신장, 시짱(티베트),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한 뒤 “중국의 레드라인을 건들거나 도전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친 대사는 시진핑 시대 힘을 과시하는 늑대 외교의 상징적인 인물로 지난 7월 말 워싱턴에 부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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