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펜·올슨 자가격리 면제받고 내한공연… 11월 빈필도 올까

입력 2021-09-02 04:02

롯데콘서트홀이 지난 13~22일 개최한 ‘클래식 레볼루션’의 음악감독인 크리스토프 포펜이 자가격리를 면제받고 입국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인 예술가의 내한공연이 늘고 있다.

미국 피아니스트 개릭 올슨은 지난 26일부터 1일까지 KBS교향악단의 협연자로 3개 도시에 함께했다. 지난 5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자인 프랑스 출신 조나탕 푸르넬과 3위인 일본 출신 무카와 게이고가 오는 8~16일 국내에서 7차례 무대에 오른다. 이 밖에 9월에만 러시아 피아니스트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 피아니스트 발렌티나 리시차, 이스라엘 지휘자 요엘 레비가 자가격리 없이 내한한다. 10월 이후는 입국 관련 비자 및 자가격리 면제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재 추세라면 거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와 루돌프 부흐빈더의 10월 내한공연도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 가운데 중요 사업상 목적, 학술·공익 목적, 장례식 참석 등 인도적 목적, 공무 국외 출장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경우 격리 면제를 허용했다. 공연계에선 8월 들어 자가격리를 면제받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불만이 많다. 일회성 연주를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예술가들이 자가격리 면제를 받은 데 비해 장기 체류하는 국내 오케스트라의 외국인 음악감독이나 상임 지휘자는 면제를 받지 못했다. 실례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오스모 벤스케,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마시모 자네티,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제임스 저드는 자가격리를 면제받지 못했다. 상반기엔 이들 음악감독이 자가격리를 감수하고도 입국했지만, 하반기 들어선 입국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온다. 백신 접종으로 해외 공연장이 다시 문을 연 이후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한국에 올 시간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 연주자와 비교해 단체는 여전히 자가격리 면제가 불확실하다. 지난 27일 인천과 오는 2~3일 서울에서 공연하는 ‘디즈니 인 콘서트’의 경우 미국 가수 4명과 프로듀서 1명 가운데, 가수 1명만 자가격리 면제를 받았고 나머지는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기획사 크레디아 관계자는 “지난 7월 관계 당국에 문의하니 그룹의 자가격리 면제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한국 입국 직전 미국에서 공연이 있던 가수 1명에 대해서만 자가격리를 신청해 면제받았다”고 말했다.

당초 국내 클래식 기획사들은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보고 해외 오케스트라들의 내한공연을 유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상당수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유럽에선 백신 접종과 함께 오케스트라들의 해외 투어가 이뤄지고 있다.

내한을 계획한 오케스트라 가운데 아직 취소하지 않은 단체로는 11월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와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12월 영국 BBC 심포니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가격리를 면제받으면 내한하겠다는 입장이다. 빈필의 경우 11월 전세 비행기를 이용해 일본·한국·중국 3개국 투어를 계획했는데, 자가격리가 면제된 일본만 공연이 확정됐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한국에서 스푸트니크V 등 러시아 백신이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여서 백신 허가 여부가 중요하다. 국내 클래식계 관계자는 “외국 오케스트라의 자가격리 면제 여부가 투어의 재개 여부를 알려주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