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협의체에 여야 강경파 포진… 합의안 도출 난항 예고

입력 2021-09-02 04:03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5단체 대표들이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중재법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독립기구’ 설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변철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추가 논의를 위한 여야 협의체 명단을 확정했다. 여야는 각각 법조인 출신과 언론인 출신의 의원들을 포함했다. 민주당은 변호사 출신의 김용민 수석최고위원과 기자 출신의 김종민 의원을 선임했다. 국민의힘은 부장판사를 지낸 전주혜 의원과 언론법 저지 전면에 나섰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기자 출신인 최형두 의원을 선임했다. 이들 모두 각 당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만큼 27일 본회의까지 격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언론법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에 참여하는 의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언론계와 관계 전문가 등 외부위원 선정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단체 인사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언론법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언론계, 법조계 인사들을 위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양당은 오는 27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언론법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종안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여야 의원은 모두 각 당에서 강성파로 분류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김용민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 강경파다. 법사위 단독 처리 당시 수정안이 대폭 후퇴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종민 의원 역시 당내 대표적 친문 강성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도 강성파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체위원인 최 의원은 간사인 이달곤 의원과 함께 언론법 처리 저지 최전선에서 적극 여론전을 펼쳤다. 법사위 소속의 전 의원 또한 대표적 공격수로 분류된다.

여야 의원 구성이 마무리되자 양당에서는 협의보다 강 대 강 대치가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본회의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위원으로 선임된 의원들을 보면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양당 원내대표도 좁혀지지 않은 시각차를 보여주면서 난항을 예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고의·중과실 추정 같은 독소조항을 협의 과정에서 반드시 거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경우 손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징벌적 손배제는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명시적으로 합의했다’는 김 원내대표 주장에 “여러 가지 방식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조항 유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당 원내대표는 합의문에도 해석 차를 보였다. 윤 원내대표는 “27일에 어떤 식으로든지 처리한다는 의미”라고 한 반면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안을 전체로 27일 본회의 상정을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29일에도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일각에서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할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3일 새로 선출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야가 언론법 협의 논의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과 관련해 사의(謝意)를 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박세환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