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배 대리점주 사망 사건, ‘노조 갑질’에 책임 물어야

입력 2021-09-02 04:03
경기도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해 온 40대 점주가 노조의 집단 괴롭힘을 알리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내와 세 자녀를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점주가 맞닥뜨린 절망과 고통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점주는 유서에서 노조에 가입한 택배 기사들의 비정상적인 업무처리와 수십·수백의 카톡 업무방해, 대리점 소장을 파멸시키겠단 지속적 집단 괴롭힘에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 경험해 보는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등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고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대리점 소속 기사는 18명으로, 이 가운데 12명이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연대 조합원이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와 유족들에 따르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이 지난 4월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고 배송이 어렵거나 단가가 낮은 물건은 배송을 거부해 점주와 아내,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대신 배달해야 했다고 한다. 단체 카톡방에는 노조원들이 점주를 집단으로 비방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점주가 원청업체에 대리점 포기 각서까지 냈다고 하니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유족들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진상을 낱낱이 밝혀 노조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노조 활동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불법적인 활동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택배노조 출범 이후 곳곳에서 대리점주와 노조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 이번 일은 갈등이 격화되면 공멸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당장의 이익만 고집하지 말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갈등의 뿌리가 택배 시스템에 닿아있기 때문에 CJ대한통운도 이번 사태와 무관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