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구글·애플 등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가 자체 시스템을 통한 유료 앱·콘텐츠 결제(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됐다. 거대 플랫폼의 결제 시스템 강제와 ‘수수료 갑질’을 법으로 규제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법안에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거나,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 또는 삭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7월 모바일 게임에만 적용하던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모든 앱에 의무화하고 30%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애플 앱스토어는 이전부터 외부 결제를 금지해 30% 상당의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구글의 발표 이후 인앱결제가 사실상 독점적 위치에 있는 앱마켓 사업자의 갑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을 내놨고 정부도 조사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적용되면 국내기업이 내는 수수료는 최대 1568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구글은 지난 1월 예정이던 정책 적용 시기를 10월로 미뤘고, 일부 기업에 한해 내년 4월까지 재연기했다.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 앱 사업자와 디지털콘텐츠 앱 사업자의 수수료를 15%로 인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판이 사그라지지 않았고, 결국 관련 규제를 담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국내에 도입하려 했던 ‘인앱 결제’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법으로 앱 마켓을 규제하는 첫 사례인 만큼 전 세계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외국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상원에도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미국 36개주와 워싱턴DC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엔 영국과 독일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를 반독점 행위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국제 통상 측면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보도했다.
법안이 통과된 후 구글은 곧장 입장문을 내고 “앱 개발비가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구축·유지하는데 비용이 발생한다”며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애플은 “다른 경로의 결제는 고객을 사기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앱스토어 내 고객 보호 장치의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반발한 바 있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법안 통과를 반기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생태계 최상단에 있는 플랫폼의 성장 동력은 모든 구성원과의 신뢰관계”라며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더 저렴한 가격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