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경선 레이스 출발 총성과 함께 ‘룰의 전쟁’도 시작됐다. 일부 대선 주자는 경선 관리를 총괄하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홍원(사진) 선관위원장 사퇴까지 공개 거론했다. 당 선관위가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 방식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도록 선제적 압박에 나선 성격이 짙다.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정 위원장은 오직 윤석열 후보만을 위한 경선 룰을 만들려 한다”며 “(선관위 출범 전) 경선준비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이미 확정한 경선 룰을 자기 멋대로 뜯어고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으려는 것”이라고 정 위원장을 직격했다.
그는 “다시 한번 경고한다”며 “이미 확정된 룰은 토씨 한 자도 손대지 마시라.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순간 공정한 경선판은 끝장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경선판을 깨겠다면 그냥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하라”고도 했다. 유 전 의원 캠프는 검사 출신인 정 위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간 물밑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내고 있다.
범여권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홍준표 의원도 “박근혜 정권을 망치고도 반성 없이 당까지 망치려고 시도한다면 이건 묵과할 수 없는 이적행위”라고 정 위원장을 맹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박근혜정부 초대총리를 지냈다. 홍 의원은 이날에만 수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것은 경선판을 깨는 행위라고 엄포를 놨다.
반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측은 “심판을 향한 돌팔매질을 중단하라”며 정 위원장을 엄호했다. 충북 지역을 방문 중인 윤 전 총장은 역선택 방지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경기를 심판하는 주최 측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선관위) 결정에 승복하고 따를 생각”이라고 답했다.
앞서 경준위는 1차 컷오프는 ‘국민 여론조사 100%’, 2차 컷오프 ‘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 최종 후보 선출은 ‘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 기준을 정하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은 넣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정 위원장이 경선 룰 원점 재검토 뜻을 밝히자 일부 후보의 반발이 시작됐다. 경준위 때는 윤 전 총장 측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는데, 선관위 출범 이후 후보 간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대권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경선 룰 때문에 당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되 모든 컷오프 단계에 ‘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를 적용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언론 전화통화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경선 룰을 만들 거란 우려에 대해 “그럴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 선관위원은 “우리가 무슨 윤석열 부하냐”고 반문하면서 “후보들이 저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다 보니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규에 ‘선거관리 최고 의결기관’은 선관위로 규정돼 있다”고 부연했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